노루실 사람들
한정우
무너미고개를 넘는 사람들
무너미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 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 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 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띄우며 살고 있다
노루실 사람들은 무너미 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다 흰 노루 꿈을 꾼다
-춘천출생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우아한 일기장>
노루실 사람들
한정우
무너미고개를 넘는 사람들
무너미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 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 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 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띄우며 살고 있다
노루실 사람들은 무너미 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다 흰 노루 꿈을 꾼다
-춘천출생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우아한 일기장>
노란 외로움을 끓여 먹는다 공다원 한밤 주방 서랍을 뒤진다. 요행이 하나 남은 라면이 반갑다. 그것을 끓여 냄비째 서서 후루룩 먹는다. 긴 면발을 타고 한참 먼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쥐어준 17원 단걸음에 색도 고운 라면 한 봉지를 사 온다. 일곱 식구 먹을 라면을 못 사고 언니, 오빠 학교 간 틈타 엄마는 노란 냄비를 화로에 올려 보글보글 노란 라면 을 끓여주셨다. 약력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현재 용인중앙IL, 가온누리평생학교 대표 대표저서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기울지 않는 조각배>
흔들리다 스며들다 최정용 스며든 게다, 우리는 돌이키면, 몇 번의 조우(遭遇)도 조심스레 피하며 서로의 마음 다듬었던 게다 서둘러 상처 되지 않도록, 상처주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던 게다 옹이며 거친 결, 녹이고 다듬어 눈 쌓인 새벽 길 순결한 첫 걸음, 그 마음 보듬어 흔들며 흔들리며 다가선 게다 하여, 운명의 순간 봇물로 하나 된 게다 푸른 하늘이 붉은 대지 만나 사랑의 사막에 꽃이 피고 마침내 푸른, 사랑의 정원 빛 고운 떨림으로 우주에 번져 저물지 않는 이름으로 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처음 온 곳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스며드는 게다, 우리는 -. 강원도 속초시 청학동 출생 -. 2014년 서정시학 신인상 -. 경기신문 지역사회부 용인담당 국장
압화壓花 류미월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햇살은 슬프도록 눈부셔라 끝났나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미로 모퉁이에선 시궁창 냄새가 나고 우당탕 가파른 절벽에서 무작정 뛰어내리는 폭포수처럼 기우뚱 닳은 구두를 꺾어 신고 여기까지 왔네 여기 섰네 암몬조개처럼 무겁게 닫힌 입 막다른 코너에 쏠리듯 여기 섰네 약력 2008년 <창작수필> 등단 2014년 <월간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 농촌여성신문 객원기자. 용인문인협회 수필분과장 시집 『나무와 사람 』, 산문집 『달빛, 소리를 훔치다』. 가람시조문학신인상 수상
꽃 진 자리 함동수 봄밤의 가로수를 보니 화사한 꽃잎은 간데없이 꽃 진 자리만 푸르르 날리는데 꽃 진 자리도 저리 애절한데 사람이 진 자리라 생각하니 아득하다 끝도 없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너도 나도 언젠간 소리 없이 지는 법 괜스레 꽃 진자리 서성이지 말자 오늘은 그저 화사한 봄밤이니까 함동수 약력 강원 홍천에서 태어나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하루사는 법』, 『은이골에 숨다』,산문집 『꿈꾸는 시인』,연구서 『송은 유완희시인의 문학세계』를 펴냈다. 제9대 용인문협 지부장 역임. 2019년 용인문화상을 수상했다.
둘레길을 걷다 김옥남 겨우내 봄을 기다리며 얼었다 녹았다 하던 물의 언어가 눈부시게 훤하다 고개 내민 냉이와 이름 모를 풀잎들 봄의 향기를 내뿜는다 발걸음 맞추며 둘레길을 걷는다 봄볕에 밝아지는 모습도 잠시 이야기 속에 온갖 걱정으로 깊어지는 주름 고통으로 다가오는 육신의 삐걱거림 호수 수면에 내려앉은 청둥오리 보란 듯이 목청껏 노래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깍지 낀 우리의 두 손 햇살 흐르는 호숫가를 걷는다 김옥남 약력 2010년 계간⟪문파⟫시로 등단 시계문학회 회장역임.한국문인협회 저작권 옹호위원. 한국문인협회 용인지부 부회장 시집:⟪그리움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