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실 사람들
한정우
무너미고개를 넘는 사람들
무너미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 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 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 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띄우며 살고 있다
노루실 사람들은 무너미 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다 흰 노루 꿈을 꾼다
-춘천출생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우아한 일기장>
노루실 사람들
한정우
무너미고개를 넘는 사람들
무너미고개 너머
노루가 모여 살던 마을
오백 년 나이테를 두른 느티나무 아래
노루 궁뎅이를 닮은 늙은 여인들이
궁뎅이를 맞대고 살고 있다
오백 년 옹이 박힌 손등마다
새순을 띄우며 살고 있다
노루실 사람들은 무너미 하늘을 바라보며
밤바다 흰 노루 꿈을 꾼다
-춘천출생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우아한 일기장>
자연인의 덪 고명진 야 그 애들 다 죽었다며 다시 사다 놓으면 되지 요새 다들 그래 여기저기 들깨 천지여 대답하는 그 친구는 내 슬픈 표정을 외면한 채 종이 커피잔만 사랑한다 넌 괜찮니? 내 얼굴이 조금 풀리는 걸 보면서 수업료 톱톱히 치렀네 그 말에 어찌 대답할지 몰라 빨대 꽃은 입을 하고 어둠 속에 웅크리고 떨고 있을 鷄乭이鷄順이나 안아 줘야겠다 닭장 안에 쪼그리고 앉았다 보호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인은 어두운 산속을 스캔하며 덫 만들 묘책을 궁리 중이다. (한자.계돌이계순이=숫닭,암닭) ----- 고명진 서러벌문예등단. 음향 yk엔터테이먼트대표 아랑고고장구 용구예술단 단장, 시인, 가수
삶 축축해 김수복 하루 한번은 눈물이 난다 잘 모르지만 슬퍼진다 그럴 때 마다 뭔가 채우려 초라해지는 쓸쓸함이 안겨온다 문득 젖을때마다 물이 떨어지던 축축한 내 신발을 바라본다 행복하려 노력하면 마음이 먼저 울던 그런 날이 떠오른다 한 숨이 새오나오는 삶 무지개 빛 희망을 꿈꾸던 삶 참 삶 축축하다 -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가온누리평생학교' 학습자
은행나무길 박상돈 허기져 배고프면 눈 앞이 노래지듯 반 십리 은행나무길 하염없이 걷다보니 문득 그대 보고파 샛노래지는 이 마음 가도 가도 끝이없을 아 찬란한 황금빛 그리움의 길 약력: 전 용인시문화복지국장 경기도기술학교장 현 대한노인회 처인구지회 노인문학회장
꽃이 핀 밤나무 홍재석 그대 귀가 있던 자리에 낙엽지는 걸 본다 그 낙엽 시들 지 않아 칼날같은 한철 끝나지 않는다 꽃 같은 그대의 귀 를 베고 간 칼날, 그 칼날 몸속에 흐르므로 그대는 지금 낙엽으로 붉게 젖은 자리를 지난다 식지 않은 낙엽을 밟 으며 그대는 그대를 꽃 피게 한 사랑을 미워한다 그대는 꽃이 났던 자리가 아프고 그 자리에 다시는 꽃눈 맺지 않 을 거라 생각한다 허나 그대는 스스로 비명을 듣지 못하 므로 아프지 않기로 한다 몸속에 흐르는 칼날이 소용돌이 치는 날, 피지 않는 꽃과 시들지 않는 낙엽 사이에서 그대 는 봄날처럼 미쳐버리고, 봄날은 찾아오지 않고, 그대의 절망 새싹처럼 깨어있다 뭇엇도 잠들지 않는 폐허, 같은 그대의 화원 그대는 거기서 푸른 새싹과 뜨거운 낙엽으로 나를 그린다 지금 나는 그대의 척추 같은 나무가 된다 그 러니 그대는 그대 사랑했던 자리마다 나를 세워두도록 한 다 그리고 시월의 밤나무가 그러하듯이 그대가 흘린 뜨거 운 낙엽 책임지지 않도록 한다 이듬해 봄이 다 오도록 굳 지 않고 맥박치는 낙엽이 있거든 나 또한 잠들지 않고 미 쳐버리면 된다 미쳐서 나의 가지는 스스로를 벨 칼날이 되고 그 베인 끝자락마다 아프다는 소리
나는 행복한 사람 장진수 노래자랑에 참가해서 나는 행복한 사람을 불렀어요. 비에 젖은 무대엔 경사로가 없었죠. 무릎으로 경사로를 만들었더니 바지가 다 젖었어요. 관객들이 박수로 격려해 주었어요. 나는 행복해지려 열창했어요. 젖은 청바지는 빨아서 말렸지만 젖은 무릎은 생채기로 남았어요. 장진수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가온누리평생학교' 학습자 뇌병변, 지적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