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시대다. TV나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점점 더 주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변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어느 순간 ‘과거의 기세’를 잃고 흔들리는 존재로 비쳐지기도 한다. 집 안에서는 요리하는 남자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고,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가는 이들도 대부분 남성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남성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이 질문 속에는 역설이 하나 있다. ‘원래 남성이 우위였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긴 역사 흐름을 살펴보면, 조선 건국에서 1990년대초까지 약 600년의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여성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왕권 교체, 권력 재편, 지역 세력의 흥망성쇠 속에서 여성은 늘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힘을 행사해왔다. 의학적으로도 생명 탄생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있는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정자는 수정 순간 딱 한 가지, 핵(염색체, DNA)만 제공한다. 하지만 난자는 핵(염색체, DNA) 외에도 세포질(세포의 재료), 미토콘드리아(세포분열 에너지 발전소)가 있다. 그렇다면 핵(염색체, DNA)이 무엇인가? 바로 건축으로
용인신문 | “고환에 지렁이 같은 게 만져져요.” 이른바 정계정맥류가 원인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압력 때문에 정맥이 늘어날 수 있으며(정맥류, 靜脈瘤),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기듯 고환에도 정계정맥류가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려보내는 정맥의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이 역류하고, 그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꼬이는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남성의 약 10~15%에서 정계정맥류가 발견되며, 한 연구에서는 40세 이상 남성의 48%에서 확인된 바 있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정계정맥류가 있으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본래 고환은 체온보다 약 1~2도 낮은 환경에서만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래서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맥이 확장되어 혈류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고환의 온도가 상승하고, 산소 공급이 떨어지며 독성물질이 쌓인다. 그 결과 정자의 수와 운동성이 감소하고, 형태 이상 정자가 늘어난다. 말하자면 고환의 냉각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결국 자연임신이 힘들어질 수 있다. 정계정맥류는 생
용인신문 | 유독 하얀 피부, 수염이 많지 않은 얼굴, 하얗고 가느다란 긴 손…. 터프한 남성보다 미소년 같은 남성의 모습에 끌리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인상의 남성 중에는 극히 드물게 클라인펠터증후군인 경우가 있다. 물론 대부분은 정상적인 남성이지만, 일부는 유전자의 조용한 변이로 인해 X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XXY형으로 태어난다. 사람은 23쌍의 염색체 중에 마지막 한 쌍이 성염색체다. 남성은 XY, 여성은 XX다. 그런데 만약 남성인데 X가 하나 더, 혹은 두 개 더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를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 부른다. 남성 약 1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염색체 질환으로, 많은 남성들이 자신이 클라인펠터증후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간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인 남성은 평균적으로 피하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으며, 체형이 부드럽고 팔다리가 길다. 이런 이유로 전반적으로 피부가 희고, 손이 가늘며, 얼굴이나 몸에 털이 적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수염, 가슴털, 다리털 등이 적고, 목소리가 비교적 덜 굵어지는 특징도 있다. 그러나 이런 특징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으며,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알아차리
용인신문 | 정자 수가 턱없이 적거나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남성들은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정자가 다시 생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정자 생산은 단순히 생식의 문제가 아니다. 호르몬, 뇌, 고환, 그리고 시간이라는 네 톱니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정자 생산의 출발점은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다. 시상하부에서 GnRH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하수체가 이에 반응해 LH(황체형성호르몬)와 FSH(정자생산자극호르몬)를 방출한다. FSH는 여성에게서는 난포를 자극하지만, 남성에게서는 고환의 세르톨리 세포를 자극해 정자 생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에서는 대개 FSH 수치가 높다. 뇌가 정자를 더 많이 만들라고 강하게 명령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가 ‘피드백’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난자가 잘 자라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늘어나고, 정자가 잘 만들어지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FSH가 높다는 것은 정자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뇌가 더 많은 자극을 보내
용인신문 | “뉘집 자식인고...” 옛날 어르신들은 마을에서 뛰어노는 사내아이를 보며 “뉘집 자식인가”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장 집 사내들은 꼼꼼하고, 최부자 집 사내들은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으며, 김씨네 집안 사내들은 불같은 성질이 특징이라는 식이다. 놀랍게도 대체로 틀리지 않았다. 남성을 떠올리면 흔히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만 거론한다. 그러나 남성의 본질은 호르몬이 아니라 Y염색체에 담긴 정보에 있다. 이 염색체는 아버지에게서 아들로만 전해지는, 인간 유전체 중 유일한 부계직계 유전이다. 어머니는 줄 수 없고, 딸은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Y염색체는 단순한 유전 정보가 아니라, 한 가문의 남성상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족보’라 할 수 있다. Y염색체 안에는 생식 능력과 성 결정, 나아가 행동 성향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핵심 코드가 압축돼 있다. 작지만 치밀하고, 단순하지만 강인하다. 눈빛이나 걸음걸이, 말투와 습관이 닮은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Y염색체는 아버지의 성격과 기질, 그리고 반응의 방식까지 다음 세대로 옮긴다. “그 애비에 그 자식”이라는 속담은 심리학이 아니라 생물학의 언어에 가깝다. 어느 집안의 남성은 고집스럽고,
용인신문 |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는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고환을 차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웃음을 유발하거나 복수의 통쾌함으로 묘사되곤 한다.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여성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신술을 배우는 일도 늘었고, 그 과정에서 ‘남성의 급소를 가격하라’는 식의 지침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보면, 그것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해도, 가장 위험한 부위를 건드리는 폭력이 미화된 셈이다. 고환은 단순히 남성의 급소가 아니라, 생식 능력과 호르몬 분비,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기관이다. 고환은 신체에서 가장 바깥에 노출된 장기 중 하나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자는 체온보다 낮은 약 36도 이하에서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환은 복부 안이 아닌 체외로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외상에 매우 취약하다.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고환막이 찢어지고 내부 출혈이 발생하며, 심하면 ‘고환 파열’이라는 응급상태로 이어진다. 이때는 통증보다 먼저 쇼크가 온다. 고환 파열은 단순한 타박상이 아니다. 내부의 정세포 조직이 터지고 피가 고여 염증과 괴사를 일으킨다. 수술이 늦으면 고환 절제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겉
용인신문 | 남성불임을 전문으로 하는 비뇨기과 진료실에는 최근 들어서 예상치 못한 환자들이 찾아온다. 물론 무정자증이나 정계정맥류처럼 뚜렷한 난임의 원인을 가진 남성들이 많이 오고 있지만, 요즘에는 발기도 잘 되고 사정(射精)도 문제 없는데 정작 아내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아 난임으로 이어지는 남성이 늘고 있다. 필자에게 와서 “정자를 고환에서 꺼내서 IVF(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겠다”는 말하는 남성을 마주할 때마다 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왜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지 않으려고 할까. 단순히 생식기관의 기계적 고장이 아니라, 상당수가 혼자의 쾌락에 과도하게 길든 습관으로 인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기피하거나 잘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제는 결혼이 삶에서 당연한 수순이 아니다. 싱글로 살아가는 남성이 증가하고, 연애조차 큰 부담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섹스리스는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의 본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욕망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대부분 자위다. 처음에는 단순한 해소 수단으로 시작한다.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기 신체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빈도가 잦아지고 습관화되면 어느새 삶의
용인신문 | 역사책을 펼치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 있다. 권력 다툼에 휘말려 궁궐 한복판을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내시들이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대가가 오히려 수명 연장의 혜택으로 돌아온 셈일까. 조선왕조실록에는 내시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 남성보다 길었다는 기록이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조선 후기 내시의 평균 수명은 당시 보통 남성보다 14년 이상 길었다. 역병과 기근, 전쟁으로 삶이 짧게 꺾이던 시대에 일반 남성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였지만, 내시들은 50세, 60세까지 장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내시는 어떻게 이런 ‘예외’가 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열쇠는 호르몬이다. 내시는 고환이 없으므로 남성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을 붙이고 뼈를 단단하게 하는 데 필요하지만, 동시에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고 전립선암의 연료가 되기도 한다. 의학자들은 “남성들이 여성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전립선질환에 더 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내시는 이런 위험에서 비켜가며 의도치 않게 장수 요인을 얻은 셈이
용인신문 | 수박에서부터 참외, 포도, 오렌지, 레몬에 이르기까지 요즘 시중에는 씨 없는 과일이 많이 나온다. 씨가 없으니 먹기 편하지만, ‘씨가 없다’는 표현을 들으면 직업 탓인지 괜히 마음이 걸린다. 다름 아닌 무정자증 때문이다. 최근 무정자증으로 난임에서 불임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자꾸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약 9만 명이 난임 시술을 받고 있으며, 이 중 50~60%는 남성 요인과 관련이 있다. 무정자증은 말 그대로 정액 속에 정자가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다른 하나는 정자가 만들어지지만 배출되는 길이 막혀 정액에 나타나지 않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다. 폐쇄성의 경우 정관, 부고환, 사정관, 정낭, 전립선을 거쳐 요도로 이어지는 통로 어딘가가 막혀 있거나 다른 이유로 정자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럴 때는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서 시험관아기 시술(IVF)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이 되는 이유는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양쪽 정관이 아예 없는 선천성 양측 정관 결손(CBAVD)일 수 있고, 후천적으로
용인신문 | 흙 묻은 손, 갈라진 어깨,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 남자라면 왠지 씨앗도 듬뿍 뿌릴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마당쇠는 정력이 세다.” 단순한 농담 같지만, 의학적으로 따져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정자의 여정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수억 마리가 출발하지만, 난자에 도착하는 건 단 한 마리다. 문제는 현대 남성의 정자는 출발선부터 지쳐 있다는 데 있다.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있으면 골반 혈류는 막히고, 지방은 늘고, 고환은 뜨거워진다. 고환은 체온보다 1~2도 낮을 때 가장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러나 의자와 바지는 작은 찜질방이 되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밭에서 땀 흘리는 마당쇠의 고환은 천연의 ‘냉각 장치’를 달고 있는 셈이다. 발기력만이 정력일까? 아니다. 진짜 힘은 임신으로 이어지는 능력, 곧 수태력까지 포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남성은 정자 수와 운동성이 높고, DNA 손상은 적다. 농부의 정자가 난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은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반면, 책상 앞 남성의 정자는 현미경 아래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머리가 휘어지고 꼬리가 힘을 잃은 정자, 제자리만 맴도는 정자가 눈에
용인신문 | 그녀를 찾아 헤엄친 3억의 정자들 매일 아침, 남성의 고환은 묵묵히 일한다. 아무 지시도 받지 않았건만 성실하게, 성실하게, 정자를 만든다. 그것도 하루에 3억 마리쯤. 숫자로 보면 거의 소대급이 아니라 군단이다. 그렇게 많은 정자를 만들어서 뭐하냐고? 물론 대부분은 빛도 못 보고 사라진다. 사정이라는 출동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전부 폐기처분. 유통기한은 3~5일 남짓이니, 오늘 만들어진 애들은 아무 일도 못 해보고 죽는 셈이다. 가끔일지라도 출격의 기회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녀가 받아만 준다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를 갖췄다. 드디어 출동 개시!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본격적인 ‘미션 임파서블’은 이제 시작이다. 정자 입장에서 여성의 생식기는 화려한 성(城)이라기보다 장애물 투성이의 전쟁터다. 정자가 질에서 나팔관까지 가는 거리는 약 15~20cm. 하지만 정자의 몸길이는 고작 0.05mm라, 자기 키의 4,000배를 헤엄쳐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맨몸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어가는 격이다. 첫 관문인 질은 산성 환경이다. 정자에게는 그야말로 ‘유황지옥’. 정자에게 매우 치명적이고 죽기 쉬운 위험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정자 수백만 마리가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