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흙 묻은 손, 갈라진 어깨,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 남자라면 왠지 씨앗도 듬뿍 뿌릴 것 같다는 말이 있다. “마당쇠는 정력이 세다.” 단순한 농담 같지만, 의학적으로 따져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정자의 여정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수억 마리가 출발하지만, 난자에 도착하는 건 단 한 마리다. 문제는 현대 남성의 정자는 출발선부터 지쳐 있다는 데 있다.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 앉아 있으면 골반 혈류는 막히고, 지방은 늘고, 고환은 뜨거워진다. 고환은 체온보다 1~2도 낮을 때 가장 건강한 정자를 만든다. 그러나 의자와 바지는 작은 찜질방이 되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밭에서 땀 흘리는 마당쇠의 고환은 천연의 ‘냉각 장치’를 달고 있는 셈이다. 발기력만이 정력일까? 아니다. 진짜 힘은 임신으로 이어지는 능력, 곧 수태력까지 포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남성은 정자 수와 운동성이 높고, DNA 손상은 적다. 농부의 정자가 난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은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반면, 책상 앞 남성의 정자는 현미경 아래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머리가 휘어지고 꼬리가 힘을 잃은 정자, 제자리만 맴도는 정자가 눈에
용인신문 | 그녀를 찾아 헤엄친 3억의 정자들 매일 아침, 남성의 고환은 묵묵히 일한다. 아무 지시도 받지 않았건만 성실하게, 성실하게, 정자를 만든다. 그것도 하루에 3억 마리쯤. 숫자로 보면 거의 소대급이 아니라 군단이다. 그렇게 많은 정자를 만들어서 뭐하냐고? 물론 대부분은 빛도 못 보고 사라진다. 사정이라는 출동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전부 폐기처분. 유통기한은 3~5일 남짓이니, 오늘 만들어진 애들은 아무 일도 못 해보고 죽는 셈이다. 가끔일지라도 출격의 기회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녀가 받아만 준다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를 갖췄다. 드디어 출동 개시!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본격적인 ‘미션 임파서블’은 이제 시작이다. 정자 입장에서 여성의 생식기는 화려한 성(城)이라기보다 장애물 투성이의 전쟁터다. 정자가 질에서 나팔관까지 가는 거리는 약 15~20cm. 하지만 정자의 몸길이는 고작 0.05mm라, 자기 키의 4,000배를 헤엄쳐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맨몸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어가는 격이다. 첫 관문인 질은 산성 환경이다. 정자에게는 그야말로 ‘유황지옥’. 정자에게 매우 치명적이고 죽기 쉬운 위험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정자 수백만 마리가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