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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天災)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오송에서 지하차도에 물이 범람하여 순식간에 14명의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수해로 전국에서 7월 19일 기준으로 50명이 사망·실종하고, 111개 시군구에서 1만 597가구 1만 6490명이 대피했다.

 

이번 수해는 천재지변에 인재가 겹쳐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천재지변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최악의 폭염이 덮쳐 저소득 노동자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일상화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산업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강도 높은 ‘탄소중립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이 되면 지구는 종말적 재앙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 남극대륙은 1만 3660㎢로 오세아니아 대륙의 1.64배 크기다. 남극대륙은 두께 3000여 미터에 달하는 얼음과 눈으로 덮혀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고 있다. 기후변화를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세기말엔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갈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문제는 저개발 국가다. 이들에 대한 책임은 선진산업국이 가장 많이 짊어져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기후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나라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이른바 열강의 선두주자들이다. 특히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유채굴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고 현재 5대 석유메이저가 이들 두 나라의 소유다.

 

이러한데도 이들 나라는 여전히 석유공급의 배타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따지고 보면 카스피해 연안에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다. 남극은 현재 그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다. 하지만 2048년이면 남극을 인류 공동의 대륙으로 정한 남극조약의 시한이 만료된다. 남극에는 인류 전체가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에 남극대륙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 올린다면 파리협약은 폐기되고 지구는 세기말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과는 반대로 2020년부터 아시아는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상 기후는 이미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국내에서 엄청난 폭우가 퍼부어 십수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에 참관하고 폴란드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는 깜짝쇼를 벌였다. 무엇 때문에 전쟁 당사국을 방문하여 연대를 표명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깜짝쇼에 비난 성명 한번 발표하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자세다. 이래서 민주당이 정권을 뺏긴 것이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구체적인 실천이 없다. 민주당은 폭우 피해자에 대한 대책과 재발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책을 내놔야 한다. 아울러 누가 기획하여 대통령이 자국에 폭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전쟁 국가를 방문했는지를 따지고 실무책임자의 문책을 엄중히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이 진정으로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면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정책을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국회의 의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강력한 탄소 중립 정책의 시행은 당장은 고통스럽겠지만 그것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의 미래도 없다. 정부여당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자 처벌을 내세우기 이전에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국민의힘이 제아무리 성장을 중시하는 정당이라 해도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성장이라면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천재지변은 매년 되풀이될 것이고 인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재지변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이 총체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국민 모두 나누어져야 할 몫이다. 앞으로는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도 기후변화를 둔화시킬 수 있는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