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사마귀
김어영
둘 다 상대의 주검을 먹고 살아가는 곤충이다
활 모양의 비닐하우스 대에 비닐은 없다
호박 넝쿨이 친구가 되어준다
거미가 대 사이에 쳐 놓은 그물망
앞으로 위로 뭘 사냥하다 걸려들었을까
오르려고만 하는 사마귀는 거미줄에 점점 빠져든다
신기함에 빠져 곤충 하나의 죽음을 방조했다
거미는 모처럼 걸려든 먹잇감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약한 것이 먹히는 자연의 섭리가 이런 것일까
날개는 물론 다리도 움직임이 없다
한낮의 태양은 아는지 모르는지
공평하다며 햇살을 보내고 있다
김어영|2006년 《용인문학》 신인상 수상.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으로 『청춘이 밟고 간 꽃길』이 있음.
용인문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