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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당나귀의 시인이 절필한 사연

 

 

용인신문 | 백석, 본명 백기행. 『사슴』이라는 유일한 시집을 남기고 북으로 떠난 시인. 그의 작품은 1980년대 후반에서야 해금의 바람 속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북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간 백석은 돌연 작품 발표를 중단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북으로 간 백석이 절필하게 된 이유를 시인의 흔적과 작가의 상상력을 버무려 『일곱 해의 마지막』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소설은 분단 이후 북한에 살던 시인 백석이 마지막 시를 발표하기까지의 일곱 해를 조망한다.

 

이야기는 선동적 성격의 글과 문학적 글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인 백기행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행은 정책과 사상을 홍보하는 시를 쓰라 요구를 받았다. 기행은 문학가의 양심으로 그에 편승할 수 없었으나 가족이 있으니 난감한 입장이었다. 1956년 소련에서 스탈린에 대한 개인 숭배가 비판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시를 썼지만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그 때문에 험하다는 삼수로 내몰려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1962년 기행은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만 그 후로 다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의 행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머물러 주인공이 펼쳐놓은 시적 순간에 집중해야 할 때가 있다. 기행의 긴 그리움 속에 있는 우리 말의 맛이 전해질 때, 러시아에서 찾아온 벨라에게 전해진 기행의 아름다운 언어들, 국수집에서 본 옥심과의 긴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끊긴 문우 상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전해질 때. “어디에서도 오지 않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천불”을 기행과 함께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