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그림책은 읽기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책이라는 매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펼쳐볼 수 있다. 게다가 점점 아동을 너머 전연령이 즐기는 추세이기도 하다. 『바위와 소녀』도 같은 맥락에서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곤란한 물건 배달 전문”. 어느 날 소녀는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받는다. 그것은 크고 무거워서 옮기려 해도 도무지 요지부동인 바위였다. 꼼짝도 않는 바위를 보고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거들지만 소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찾기 어렵다. 바위를 버리고 빵을 만들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녀. 과연 소녀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바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바위를 버리려고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소녀의 고단함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소녀는 자신의 바위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돌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돌과 함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봐요,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그는 바위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었어. 배낭처럼 말이야./'그런다고 더 가벼워지는 건 아니잖아요?'/ 소녀가 물었어./'물론 그렇죠. 대신 두 손이 자유롭잖아요.'” 소녀는 사람들의 방식을 배우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용인신문 | 와니니를 비롯한 사자무리 이야기로 많이 알려진 이현 작가의 『라이프 재킷』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면서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다는 많은 선배작가가 그러하듯 아름다움 아래 위험하고 잔인한 면모를 숨기고 있다. 그 바다에 천우신조호라는 요트를 타고 여섯 명의 고등학생이 표류하게 되는데…. 처음 요트를 타자고 SNS에 올린 이는 천우였다. 집이 망하고 동생 신조와 헤어져 큰아버지네로 가야 하는 천우는 그저 허세를 부리고 싶었을 뿐이다. 천우는 금방 SNS를 지웠지만, 그 잠깐의 SNS 소식에 반응한 아이들이 천우네 요트로 모여든다. 가압류가 되었지만 아주 잠깐 요트를 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계류장에 오래도록 방치된 요트를 몰고 바다로 나간 아이들의 도전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안개에 쌓인 채 다시 돌아오지 못한 요트 ‘천우신조호’. “몰랐다고? 하지만 이렇게 만들었잖아!” 같은 말들은 신조와 엄마의 다툼에서 오간 말이지만 천우진조호의 표류도 마찬가지였다. 반듯한 생각과 행동, 완벽한 생기부를 가진 노아도 몰랐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에서 바다는 무
용인신문 | 언어, 지능, 의식, 도덕성, 추론 능력 등은 인간만의 것일까?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동물에게 존재하고 있진 않을까? 진정 동물과 인간은 극명하게 다른 존재일까?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했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탐구해 나간다. 저자는 라블레의 “웃음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주장에 반박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답을 얻기 위해 저자는 심리학자와 철학자를 비롯해 역사학자에 이르기까지 30여 분야에 달하는 연구성과들 속에서 인간과 동물의 유사점을 찾아 나간다. 각 토픽에 제시되는 결과들은 동물과 인간의 지능과 언어의 경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유인원을 비롯해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실험은 인간과 동물의 지적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유사점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동물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까지 도출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이유는 몇 가지 우리 앞에 놓인 과제 때문이다. 생물의 멸종이 인간에게 두려움을
용인신문 | 국가란 무엇인가?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이나 공자로부터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이 한결같이 생각했던 명제가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4월이 되면 우리는 다시 이 명제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4·3, 4·16, 4·19 등 이러저러한 국가적으로 고단한 기억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다 최근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는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철학자의 답이다. 저자는 다수의 철학자들이 짚었던 국가의 존재 이유를 들어 세월호 참사를 성찰한다. 공자는 국가가 선의(善意)를 전제로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백성을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홉스는 생명 유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연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며 최우선 과제라 여겼다. 그 과정에서 비자연적이고 사회적인 불평등에 의해 자연권이 파괴·침해되는 것을 국가가 막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이는 루소였다. 이 같은 철학자들의 성찰은 참사를 통해 드러난 불완전한 국가의 모습을 반추에 ‘완전한 국가를 도모’하는 것이 그 목
용인신문 |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대의학에서 PTSD가 질병으로 인정받은 시기는 20세기 초반으로 알려졌지만 길가메시 신화에도,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의 기록에도 비슷한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PTSD는 시간이 갈수록 개인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은 저자 채정호의 30년이 넘는 연구를 기록한 사회적 트라우마와 그 대응방안을 수록한 저술이다. 저자는 생을 압도해버리는 사건을 겪은 이들이 점점 고립되는 이유를 밝히며 이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문제임을 피력한다. 이는 ‘우리’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우리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삶이 조직, 지역사회, 국가 등으로 확대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TSD는 개인을 너머 사회구조적 모순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므로 해결의 주체가 개인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PTSD의 극단에는 더 이상이 위험에 노출되기를 꺼려서 고립되는 개인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들을 고립되지 않게 함께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
용인신문 | 라인하르트 할러는 법정신의학자로 감정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의 저술 다수는 범죄자들의 심리를 심층분석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출판사에서는 “병원보다 법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정신과 의사”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 중 『증오의 역습-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은 뇌과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에서 도출한 연구를 바탕으로 증오의 뿌리를 찾아 그것이 표출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저자는 증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독한 나르시시스트들의 등장을 꼽는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에 빠진 인물이 아니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고 그저 자아에 중독되어 인정과 찬양과 칭찬에 도취 된다. 도취된 나르시스트는 현실에서 멀어져 환각에 빠진다. 그런데 이러한 환각은 광기를 품고 있기에 찬양과 숭배가 사라지는 순간 파괴적인 증오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파괴적인 행위들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화해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랑과 우정과 존중은 하나의 목표를 겨눈 공통의 증오만큼 강력하게 인간을 하나로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안톤 체호프의 말을 빌어온 저자는 그만큼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