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김기태는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무겁고 높은」으로 등단했으며, 2024년에는 『젊은작가상수상집』에 「보편 교양」을 수록하기에 이른다. 그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는 두 작품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오랫동안 부조리한 상황에 노출되어 불행하거나 불안한 현재를 살고 있다. 주인공 앞에 펼쳐지는 가난과 모멸과 허무의 원인은 시간의 중첩 속에서 만난 세태의 부조리가 대부분이다. 위선적이고 경쟁적이고 빠른 세계는 개인의 사색을 방해하고 개별성을 무시한 채 어디서부터 잘못된 인생을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들고 정신세계마저 피폐하게 만든다. 작품들의 개성은 작품 속 소시민들이 어떻게든 자기 앞에 닥쳐온 불행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 나간다는 평범한 결론에 이르는 방법 때문일 것이다. 깨진 전조등에서 오히려 생의 완전함에 이르는 방법을 찾고, 100 킬로그램 덤벨의 무게에서 발견한 그저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삶. 엘리트들만이 영유하는 고급스런 문화보다 대중가요 속에서 발견하는 생의 진리, 무용해 보이는 고전에서 얻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 그리고, 소시민의 연대. 그래서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용인신문 | 히가시노 게이고의 100번째 소설 『마녀와의 7일』이 번역되었다. 소설 제목 중 ‘마녀’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에게서 기인한다. 그는 만약 어느 순간에 모든 물질의 역학적 상태와 힘을 알 수 있고, 그 데이터를 분석할 만한 능력이 존재한다면 이 지성에게는 불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단한다는 것이 악마와 같은 능력이라 그러한 능력이 있는 인물을 마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전직 미아타리 수사관 스끼자와 가쓰시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의 포문이 열린다. 스끼자와가 하던 일은 전국에 지명수배자들의 사진을 기억하고 이들을 길거리에서 찾아내 체포하는 것으로 인터넷이나 전화, 보안카메라 같은 것들이 없던 시절의 수사 방식이었다. 스키자와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직업을 잃었고, 어느 날 중학생 아들 리쿠마를 홀로 남긴 채 살해당한다. 리쿠마는 마녀의 능력을 가졌던 마도카와 함께 미궁에 빠진 아버지의 죽음을 수사해 나가고 여기에 경찰에서는 형사 와키사카가 수사에 참여한다. 『마녀와의 7일』은 마녀의 능력을 지닌 마도카의 능력이 미궁에 빠진 사건에서 실마리는 찾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작가가 작품에 녹여낸 시대
용인신문 | 자유로운 개인이 광활한 우주 공간에 홀로 있다면 고독하다. 우주 공간에서 또 다른 외계의 개인을 만난다면 가장 먼저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무엇을 묻게 될까? 『어둠의 왼손』은 한 개인이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젠더 역할이 사라졌을 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상상한 작품이다(「젠더(성별)가 필요한가?」, 『세상 끝에서 춤추다: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황금가지, 2021. 참조.). 소설의 배경은 겨울 행성 게센이다. 겐리 아이는 에큐멘의 특사로 게센과 동맹을 맺기위해 파견되었다. 게센의 사람들은 ‘케메르’라는 시기를 제외하면 성별이 없이 지낸다. 게센의 두 세력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는데 카르히데와 오르고레인이다. 게센에 도착한 겐리 아이는 처음엔 카르히데에서 지냈으나 정치적으로 복잡해진 상황에서 오르고레인으로 간다. 오르고레인에서는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기까지 한다. 감옥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겐리 아이는 카르히데에서 반역자로 낙인찍힌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80여일간 빙원을 뚫고 탈출한다. 그 와중에 겐리아이는 에스트라벤과 대화 중 어둠의 왼손이 빛이라 주장한다. 타인을 섬이라고 명명하고 그 섬에 가고 싶다
용인신문 | 『몽실언니』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권전생은 평생 100여작품이 넘는 집필활동을 하고도 그 수익을 모두 기부해서 아름다운 작가로 널리 칭송을 받았다. 그 중 「강아지똥」은 당대 해, 별, 달 같이 예쁜 동화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을 때 ‘강아지 똥’이라는 특별한 소재로 작품을 써서 주목받았다. 1969년,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이 세상에 등장했다. 어느 날 길가에 놓여진 강아지똥. “쓸데 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는 흙덩이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강아지똥은 자신의 처지에 슬프고 외로웠다. 그런 주인공에게 민들레는 별이 되는 꿈을 꾸게 한다. 짧은 내용만으로도 <강아지똥>은 30년이 넘게 사랑받아왔다. <강아지똥>은 2004년 원작이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되며 다시 한번 관심을 받게 된다. 1969년, 기독교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응모 매수는 200자 원고지 30매라는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원작은 묻히는 듯했다. 2004년 원작이 알려지면서 그간 삭제되었던 감나무잎 에피소드가 주는 위로에 주목하게 되었고 2024년 원작이 『동화 강아지똥』으로 출간되었다. 『동화 강아지똥』,은 정승각이 표현하는 토속
용인신문 |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7월을 기준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약 5100만 명인데 이중 노령인구가 10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보는 노령화지수도 약 180이 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작년에 비해 15%나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급격하게 대한민국이 나이 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책도 필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고령 사회 일본이 사는 법』은 우리보다 초고령사회를 10년 정도 먼저 경험하는 일본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우리가 힌트를 얻을만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적극적으로 느린 이들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열리는 치매 카페, 마트에서의 느린 계산대, 변두리 지역의 주문형 교통 등은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령화시대를 준비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고령 인구를 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보고 필요한 기계장치부터 소비패턴 등을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것도 흥미롭다. 돌봄에서 사후 문제, 유산 상속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다. 일본은 고령인구를 돌봐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함께
용인신문 | 일상에서 멘탈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 오더라도 일상을 유지하게 만든다.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아를 지켜내게 만드는 안정된 멘탈은 승부사들에게는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승부』는 어떤 챔피언의 무너진 멘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체스 챔피언 장은 도대체 승자다운 오라(aura)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 도전하는 젊은 도전자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도전자가 풍기는 외모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득찼다. 더구나 대결의 날이 나폴레옹이 전투에 졌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날이었다. 경기가 이어지고 챔피언 장은 젊은 도전자의 과감한 수에 엄청난 고민을 하며 경기를 이어간다.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체스를 모르더라도 한 수 한 수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장이 생각하는 속마음을 관찰하는 과정이다. 젊은 도전자의 무심한 경기 진행에 장은 깊은 의미를 두고 이리저리 작전을 고민한다. 마지막 순간 별 의미 없이 던진 도전자의 수에 장은 경기에서 이겼음에도 멘탈이 무너지고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장에게 오는 시련은 현대인이 겪는 허무와도
용인신문 | 침묵. 빈 공간. 머릿속에서도 끊임없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내가 편안한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필요한 것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침묵일지도,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필요한 것을 하고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인신문 | 송미경 작가의 첫 번째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송미경의 동화 『돌 씹어먹는 아이』가 아동의 불안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면 『메리 소이 이야기』는 현대인이 불안을 견디는 방식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가장 큰 사건은 엄마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유원지에서 이모를 잃어버린 사건이다. 어린 엄마는 동생과 단둘이 유원지에 갔고 화장실 앞에서 동생을 잃어버렸다. 이야기 속에서 ‘나’(은수)의 가족은 엄마의 동생 소이 이모를 기다리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것을 이용하려는 미미제과와 사기꾼들도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메리 소이를 찾는 엄마의 불안을 조명하는 소설일까? 단서는 엄마가 아빠와 결혼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는 아빠가 이모를 잃어버린 것이 ‘정말’이냐고 묻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라 결혼했다고 말한다. 엄마는 ‘정말’이라는 진실보다 이모를 기다린다는 행위가 중요했던 것이다. 엄마가 보여주는 이상할 정도의 안정감은 바로 그 행위에서 나왔으며 이는 ‘나’(은수)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에 몰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설에서 마로니라는 인물은 ‘나’에게 엄마의 행위가 허위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 결
용인신문 | 수업 시간, 수중 세계에 대한 몽상에 빠져 공책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공책을 빼앗기고 두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그는 훗날 유체역할을 통해 물고기들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바로 빌 프랑수아의 이야기이다. 그의 책 『정어리의 웅변』은 생태와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결합해 소개하는데 그 방식이 마치 몽상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독자들은 저자가 펼쳐 놓은 바닷속으로 여행을 갈 수 있다. 저자는 바닷가에서, 식당에서, 시장에서 어디든 탐험을 이어나간다. 바닷속은 수많은 생물 간의 소통으로 가득하다. 정어리는 “가장 완벽한 웅변 기술을 갖추고 있다”(54쪽)고 소개된다. 고차원적인 대화 대신 슬쩍 움직이거나 보기만 해도 완벽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리비의 소리는 주변 생명체의 건강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과 청어떼 사이에 있었던 오해로 스웨덴과 러시아가 한판 전쟁을 벌일 뻔한 사연도 흥미롭다. 10년 이상의 오해가 결국 과학자의 연구로 해소되었다. 뿐만아니라 인간의 배신이 바다를 어떻게 배신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건강해지는 연어도 범고래 올드
용인신문 | 밀 흐라발(1914~1997)은 밀란 쿤데라와 카펠 차페크, 야로슬라프 하셰크와 함께 호명되는 체코의 국민작가로 알려져 있다. 프라하 카펠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학교가 폐쇄되고 전쟁이 끝난 뒤에야 졸업을 한다. 1963년 「바닥의 작은 진주」를 발표한 이후 창작을 이어갔으나 1968년 체코에서 일어난 ‘프라하의 봄’ 이후 1989년까지 출간금지를 당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야기꾼들』에 수록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1963)는 작가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밀로시 흐르마. 소도시의 기차역 수습생이다. 그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남자로서의 자신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배차계장 후비치카는 전신기사 드데니치카 엉덩이에 직인을 찍을 만큼 대담한 남자이다. 밀로시는 그런 후비치카를 존경의 눈으로 본다. 사회정화 위원회의 위원인 역장은 후비치카에게 호통을 치고 조사원을 부르기까지 했지만 사실 후비치카를 부러워하기는 매 한가지다. 그러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그런 무뢰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단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나치 독일의 군수물자를 나르는 기차를 폭파하는 인물은 고작 기차
용인신문 | 열심히 달리고 달린다. 실적을 위해, 성공을 위해, 보장된 미래를 위해,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과 정열이라는 신화는 건재할까? 『우리는 왜 피로한가』는 이른바 ‘K-피로’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오늘을 만든 것, ‘K-’로 대변되는 어떤 현상들이 현대인에게는 피로에 잠식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역변이라는 말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르고 고도화된 사회에서 열정의 당사자는 피로에 찌들어가고 있으므로 이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된다는 것이 아홉 논자의 주장이다. 조선시대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빛나는 미래를 꿈꾸는 것과 무관한 이들이 있다는 K_입시. 소비의 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덜 가지면 더 많은 의무와 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현대판 시지프스 탈출법, 나를 사랑하면 바쁨을 멈출 수 있다는 주장. 한결같이 우리의 심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이야기는 바쁨 상태보다 무료함 혹은 지루함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놀라운 처리능력을 가진 ChatGPT의 창의성이 의외로 인간의 창의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위로를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구조화된 폭력이나 정보가 현대인의 안전 욕망과 연결된다는 것도
용인신문 | 백석, 본명 백기행. 『사슴』이라는 유일한 시집을 남기고 북으로 떠난 시인. 그의 작품은 1980년대 후반에서야 해금의 바람 속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북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간 백석은 돌연 작품 발표를 중단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북으로 간 백석이 절필하게 된 이유를 시인의 흔적과 작가의 상상력을 버무려 『일곱 해의 마지막』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소설은 분단 이후 북한에 살던 시인 백석이 마지막 시를 발표하기까지의 일곱 해를 조망한다. 이야기는 선동적 성격의 글과 문학적 글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인 백기행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행은 정책과 사상을 홍보하는 시를 쓰라 요구를 받았다. 기행은 문학가의 양심으로 그에 편승할 수 없었으나 가족이 있으니 난감한 입장이었다. 1956년 소련에서 스탈린에 대한 개인 숭배가 비판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시를 썼지만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그 때문에 험하다는 삼수로 내몰려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1962년 기행은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만 그 후로 다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의 행적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머물러 주인공이 펼쳐놓은 시적 순간에 집중해야 할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