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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알 것이다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모으는 것을 ‘벌다’라고 한다. ‘벌다’는 간격을 넓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돈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사용된 것은 상평통보이다. 동그란 모양은 하늘을, 가운데 구멍은 땅의 의미가 담겨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유통되는 보물이라는 것이다.

 

가운데의 네모난 구멍에다 끈을 꿰들고 다니면 돈꿰미라 불렀다. 끈은 얼마든지 간격을 벌릴 수 있었다. 탐욕은 돈의 무게와 비례했다. 19세기 조선은 돈꿰미를 벌리려는 몇몇 세도가들의 탐욕으로 무너져갔다.

 

대한제국 시기의 탐관오리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중에서 최고는 평안감사 민영휘였고, 두 번째는 최석조였다. 이용익의 추천으로 전환국장(지금의 조폐국장)에 임명된 최석조는 백동화의 금속 함량을 속여 주조했다. 원래 악화(惡貨)였던 백동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으나 그는 짧은 기간에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최석조의 말로는 비참했다. 1904년 제1차 한일협약의 고문으로 온 메가타의 화폐 정리 사업으로 인해 빈털터리로 전락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으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은 당연하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권력형 축재는 영원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혹여 나중에, “자기는 억울하다.”라고 말하지 말라.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당신은 ‘걸어 다니는 사회악’이었다 라고 기록에 남을 수도 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억울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직업이 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이다. 성찰하지 않음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모든 악의 근원이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대사이다. “인간이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과거의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죽어도 안 변해.” “인간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야.” 변하지 않는 것과 쉽게 변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변하는가이다.

 

지금 이 시대를 견디려면 매사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슬퍼도 위로를 구하지 않으며, 타인의 고통은 모른척한다. 반복되는 분노와 절망적인 상황에 반응하다가는 열사(熱死) 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반응하는 어느 누군가 들이여! 반응한다는 것은 용감한 것이다. 용감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 마주 서는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출발을 위해 서 있는 또 다른 누군가 들이여! ‘최대의 선이 아니라 최소의 잘못’을 목표로 한다면, 마음만은 한결 가볍지 않을까.

 

아픔은 소통의 영역에서 꼭짓점에 있다. 내가 아파봐야 타인의 사정을 이해한다. 정의감으로 공유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동병(同病)의 상련(相憐)은 비참한 공감의 언어이다. 타인의 아픔과 비교하면서 나의 고통을 위로받다니, 고된 삶이다.

 

“어떤 사람은 살아서 승리하고 어떤 사람은 죽어서 승리한다.”라는 아서 프랭크의 고백은 절절하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백기완의 외침은 우렁차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겠지만, 위대한 삶이다.

 

사족 하나.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옵니다.”<누가복음 23장 34절>

 

사족 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보다 쉬우니라 하시니” <마태복음 19장 23~24절>

 

사족 셋.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알 것이다. 아니, 몰라도 상관없다.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