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침묵. 빈 공간. 머릿속에서도 끊임없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내가 편안한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필요한 것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침묵일지도,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필요한 것을 하고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인신문 | 침묵. 빈 공간. 머릿속에서도 끊임없는 소리가 들린다.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내가 편안한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필요한 것은 사실 물건이 아니라 침묵일지도, 이곳에 존재하고 지금 나의 상태를 확인하기. 필요한 것을 하고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기.
용인신문 | 어렸을 때 읽었던 모험 이야기들이었을까 한비야의 책이었을까 류시화의 책이었을까 바람의 화원 노래였을까 출발이었을까 무엇이 나를 방랑하고 싶게 만들었을까 오래오래 하고싶던 여행 발길 닿는 곳으로 가보는 길 오늘 저녁에 어디에 서있을지 모르는 아침 이제 때가 되었다고 느껴서 출발했다. 무엇을 하기에도 완벽한 때라는 건 없다는 걸 조금씩 더 느끼고 점점 무거워지는 생활의 무게때문에도 얼른 시작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사백만원 정도를 가지고, 어디를 시작점으로 잡을까 고민했는데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첫 시작점은 가족여행이 정해줬다. 미국 서부 이후로 남쪽으로 내려가야지. 큰 계획은 없다. 가보고 결정하자. 컴포트존을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 안전지대 밖에서 만나는 안전한 사람들은 날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왜인지 헤어질때는 어김없이 울게되고 다음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는 눈들 앞에서는 글썽이게 된다. 기대와 섞인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 여정의 끝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갖게 될까
용인신문 | 아팠다. 감기인지 어지럽고 춥고 열이 났다. 추워서 이불을 정리해서 덮고 싶었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양말도 한짝 신고 한짝은 한참 후에야 신을 수 있었다. 울었다. 아파서 울었다. 아프니까 서럽더라. 나는 이 정도의 감기에도 아파서 우는데 요즘 한국에서의 아픔은 상상도 되지 않아서 울었다. 얼마나 아픈 사람이 많은지 혼자 아프고 있지는 않은지. 오랜만에 아파서 마치 처음 아픈 것 같았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는 걸까. 다행히 제프가 옆에 있어줬다. 자기가 제일 아팠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열흘 밤낮을 아프면서도 비자 때문에 계속 이동했어야 했다고. 아무것도 못 먹고 화장실만 가서 미라처럼 말랐다고 했다. 웃기는데 웃기지 않았다. 그래도 남의 과거에서 위안은 얻었다. 때로는 나만 아픈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받아야만 맘이 편안해 질 때가 있다. 외롭다고 느껴서일까? 아무튼 아침에 일어났더니 열은 가셨고 여전히 어지럽지만, 지난밤보다는 나았다. 며칠 후엔 또 바다에 들어갈 수 있기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용인신문 | 나는 내향인 반, 외향인 반인 사람이다. 여행하다 보면 사람들과 24시간 있는 날이 생긴다. 그럴 때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며칠 내내 혼자 있는 시간이 없기도 하다. 십중팔구는 지쳐버린다. 지친 후로는 제대로 대답하기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냥 멍때리는 시간, 책 읽고, 일기 쓰는 시간. 그림 그리는 시간.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기가 쉬워졌다. 슬쩍 사라져서 그림 그리고 돌아오면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은 잘 노는데 나만 어느 순간이 되면 피곤해져서 힘든 게 마음에 안들기도 했다. 왜 나는 잘 어울리지 못하지? 쉽게 피로해지지? 이제는 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같이 있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걸.
용인신문 | 샌디에이고의 퍼시픽 비치에서 몇명의 밴라이퍼를 만났다. 일부는 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여행자들이었고 단기로 밴에서 사는 사람, 집은 있고 별장처럼 쓰는 사람 등 다양한 용도였다. 흥미롭고 궁금해서 내부를 구경시켜달라고 하기도 했고 언제부터 이렇게 지냈는지 질문하기도 했다. 인상깊은 세 사람은 독일에서부터 소방차를 고쳐서 바다 건너온 청년들. 20살, 21살, 23살이라는 친구들은 40키로미터로 달리면서 하루하루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최종 목적지는 아르헨티나라고. 멋지다. 움직이는 집을 가지고 여행이라니! 차 위에서 여유롭게 맥주 한잔 하며 선셋을 보는 모습이 나까지 덩달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몸 건강히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길! Adios, y ve con dios!
용인신문 | 연인과 손을 잡고 걸을때, 자리가 정해져 있나요? 앤디와 미쉘은 미쉘이 언제나 왼쪽에서 걷는다고 했다. 짧은 거리를 갈 때도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하루에도 몇번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손을 보면서 참 보기가 좋았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보러 가는 길가에서 산타 모자를 나눔 받았다. 그 모자를 쓰고 걸어가는 둘. 여행자들이기도 하면서 다른 여행자들을 집으로 맞이해서 대접하는 사람들. 내 삶을 궁금해해주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줬다. 느리게 말해도 기다려주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알려줬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내 여행 길에 자주 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