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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두려워하는 처벌을 법이 정한 대로 하자

오룡(조광조 역사연구원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놈이 이실직고(以實直告)할 때까지 매우 쳐라.”. 전 근대사회의 수령이 가장 많이 소리쳤을 말이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인신구속은 가장 강력한 권력 행사였다. 국가권력은 특별한 절차 없이 백성을 잡아들였다. 삼권이 나뉘기 이전엔 사법은 행정의 일부였고, 재판과 수사는 분리되지 않았다.

 

왕을 대신한 수령은 행정‧사법‧군사권을 이용해 무소불위한 권력을 행사했다. 왕조 국가에서 국가는 왕이며, 왕은 곧 국가였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으며, 속죄하고자 하는 자는 1인당 50만 전을 내야 한다.”라는 고조선의 8조법금에도 명문화된 것을 보면. 국가는(왕은) 백성들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거나 갈등을 해결해 줘야 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가 백성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복수가 사라진 현대사회는 감정의 배설을 욕설로 한다. 자기에게 해를 끼친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표현이지만 수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옛날의 욕설은 모욕형과 저주형으로 나뉜다. 모욕형은 상대의 인격을 짐승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말들이 쓰였다. 후레자식, 화냥년, 제기랄 등이다. 저주형은 상대에게 벌이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표현들이다.

 

벼락 맞을, 천벌 받을, 염병할, 육시랄, 오라질, 경을 칠 등으로 무시무시한 내용들이다.“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한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누가복음 23장 34절은 나를 위로하는 말인지 상대를 용서하자는 말인지, 난해하다. “아버지, 이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하는 예수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죄를 저지르는 원인은 두 가지뿐이다. 앎과 모름. 자신은 저질러도 괜찮다는 죄가 있고, 무지와 미성숙함으로 인해 저질러지는 죄가 있다. 그러나 ‘앎과 모름’은 절대적 기준도 없고, 개인의 판단으로 정해지지도 않는다. 공동체의 역사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합의로 규정된다.

 

그것이 바로 법률이다.12‧3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과 공범들은 자신들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저들이 저지른 잘못은 양심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판단의 합의체인 법률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살아온 방식, 저들의 삶에 편승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통째로 흔들렸다.

 

국민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국가의 위기가 내란(內亂)의 상황을 넘어선 지 한 달이 지났다. 차가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죽이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를 살려달라고, 우리는 살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중이다. 분노한 감정의 배설이 함성과 외침으로, 웃음과 노래로 나타나지만,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공포의 아드레날린은 멈추지 않고 있다.

 

법이 통제하는 사회에선 “저자가 사실을 말할 때까지 매우 쳐라.”는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프랑스가 잘난 체하는 혁명의 역사, 왕과 왕비의 목을 동시에 쳐버린 진정한 의미의 승리는 법에 의해 완성될 것이다. 대신, “저들을 용서하소서”와 같은 ‘신(神)의 영역에 해당하는 말들은 삭제하자. 저들이 두려워하는 처벌을 법이 정한 대로 하자. 저들이 두려워하는 이유는 ‘모름’이 아니라 ‘알고’ 저지른 비상계엄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몰라도 상관없다. 삼권분립으로 정해진 대한민국 법률의 존재 의미는 정의의 교정(矯正)에 있으므로. 수천만 국민이 원하는 2025년의 파놉티콘(Panopticon)은 딱 하나다. 공동체의 정상화!!

 

※파놉티콘(Panopticon, 판옵티콘): 그리스어로 ‘pan(모두)’과 ‘opticon(보다)’가 합쳐진 단어로,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교도소의 한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