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송남순
담과 담 사이를 몰래 훔쳐보며
골목을 좋아했던 날도 있었다
모자 속에 숨어 있는 하얀 얼굴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건넛집 오빠
골목을 지날 때면
나무 그림자까지 살금살금 걸었는데
바람이 옮긴 걸까 그 소문
눈썹 짙은 언니
내 동생 그림자도 좋아하지 말라고 한다
봄부터 시작된 내 마음
저 맨드라미도 벌써 알고 있었나 보다
어느 날 꿈속에
오빠는 담벼락에 서서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 오래 기억하고 싶어
붉은 얼굴로 골목을
막
뛰어다녔다
약력: 2020년 공직문학상 시부분 동상 수상. 시집으로 너에게, 첫/ 가장 깊은 곳의 초록이 있음. 2022년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