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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육식의 종말’과 광우병

광우병을 바라보는 정부나 보수언론이 참 딱해 보인다. 갑작스럽게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타결해 놓고, 광우병 파문이 번지니까 불온한 여론의 근원지를 ‘살처분’하겠다고 난리다.

연일 개최되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국론 분열, 또는 불순한 배후 세력들의 장난으로 몰아가는 물 타기 식 언론보도도 있다. 정부는 차라리 섣부른 협상 타결이었다며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안과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오히려 총구를 거꾸로 국민이나 TV방송, 또는 진보 언론들을 향해 겨누는 느낌이다. 어쩌다 TV 방송보다 신문이 더 소극적이 됐는지, 또 권언 유착양상을 띠기 시작했는지 안타깝다.
특히 중앙일간지들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패싸움 하듯 광우병 문제를 엇갈리게 보도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광우병 파문을 잠재우려는 정부와 미국 쪽 주장을 집중 대변한다.

심지어 정부는 신문에서 제일 비싼 1면 광고로 정부와 미국 측 입장을 수차례 대변하다가 국회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광우병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만약에 광우병 발병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쇠고기 수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 바꿔 말해 정부와 언론은 광우병 실체와 발병 가능성 등에 대한 총체적 정보수집이 필요할 때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언론은 미국으로 가서 소 사육 실태와 도축장 실태, 그리고 미국인들이 자국의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등도 조사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서 정부의 설득력에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미국의 문화비평가 겸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을 통해 소와 인간의 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건강이란 측면에서 분석해 경종을 울린바 있다. 솔직히 몇 년 전 기자도 광우병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읽었는데도 다시는 쇠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의 3분의 1을 축우와 다른 가축들이 먹어 치우는 반면,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곡식이 부족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발했다. 그런가하면 북반구 선진국 사람들은 육류 과잉 섭취로 목숨을 잃어간다. 그런데 풍요의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밝혀 육식문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중남미의 열대우림 수백만 에이커에도 소 방목용 목초지로 개간 중이며, 사하라 이남과 미국· 호주 남부 목장지대의 사막화 원인도 소 방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축산 폐기물의 심각한 오염실태와 육식문화가 역사적으로 남성 지배를 존속하거나 성별과 계급조직 구축에 이용되었다는 등 다양한 이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저자는 기아를 외면한 ‘육식문화’ 야말로 지구촌과 전 인류를 패망시킬 수도 있는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질병임을 고발했던 것이다. 왠지 지금 우리가 광우병 논란에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 ‘소가 웃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