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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사막의 생명들처럼 치열한 ‘시작’

본지 김종경 편집국장 「불교문예」 신인상 시 당선
문예운동 등으로 용인지역 풀뿌리 문학 일궈내

   
 
용인신문사 김종경 편집국장(디지털 서울예술대학교 방송문예학과·교수)이 계간 불교문예 시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그동안 비등단 시인을 고집하며 용인문학회를 창립하고 이끌어 온 김 시인은 이번에 ‘첫눈 오던 날’외 4편으로 등단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 심사를 맡은 도종환 시인과 공광규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광범위한 제재 채취와 기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서사적 언어를 다루는 솜씨도 유장했다. 이주노동자, 불안정한 사회적 환경을 비유한 안개 심상, 도시의 창문에 비친 민중의 다급한 삶의 조건 등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 서사와 서정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평소 노동자나 농민 등 소외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서정과 서사를 넘나드는 사실주의적인 시 세계를 펼쳐왔다.

김 시인은 “지난 여름 모하비 사막을 다녀왔어요. 폐허의 무덤 같은 사막에 수백종의 동식물들이 수 천 수 만년 동안 목숨을 부지해 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이제 내 마음 속에도 사막이 하나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사막의 생명들처럼 치열한 시작에 대한 암시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나에게 시는 신기루이며 희망이에요”라며 시 쓰는 기간보다 방황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고 시인의 고독을 고백 하기도 한다.
용인에서 나고 자란 김 시인은 90년대 초 용인문예운동협의회를 만들어 당시 문화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용인에 문예붐을 이끌어냈다.

1997년에는 문학장르만을 추려 용인문학회를 조직, 용인지역 문학의 원류로 자리하고 있다.



<당선작1>

첫눈 오던 날
김종경

그는 매일 재활용품 가득 쌓인
4층 복도 구석으로 신문지를 가지러왔다
유효 기간이 끝난 세상의 일들과
크고 작은 생애들을 곱게 펴서 허기 누르듯 꾹꾹 밟아 묶었고
지상의 리어카에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서너 차례,
그의 일상은 단단한 허공을 밟고 오르내리는 것

눅눅한 폐지더미 위에 쪼그려 앉아 신문지 덮인 빈 그릇들을 엿보던 늙은 허기는
누군가의 시선에 짓밟혀 폐지더미 속으로 묶여 버릴 때도 있었다

첫눈 오던 날
삐걱거리던 허공이 갑작스레 무너졌고, 잠시 후 그의 인생이 한 장의 폐지처럼 확 펼쳐졌다

지상에 떨어지던 눈발들도 한 장의 폐지처럼 재빨리 수습되어 어디론가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