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양재천과 경안천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시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술 한 잔 하자고 갔던 곳은 양재천 변. 평소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지나갔던 기억밖에 없던 양재천을 내가 직접 야밤에 걷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으악’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밤 10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늦봄, 아니 초여름 분위기를 만끽하며 양재천을 걷고 있었다. 운동복 혹은 평상복 차림의 수많은 남녀노소들이 양재천의 밤을 누비고 있는 것이었다. 싱그런 수목 사이를 지나 큼직한 징검다리를 건너 양재천 변 즐비한 카페 거리까지 거닐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쭉쭉 뻗어 더욱 아름다운 초록의 메타세콰이어들을 바라보니 씩씩하고 늠름한 도시의 병정들처럼 느껴졌다. 불현 듯 가을단풍 속을 거니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양재천은 이미 연인과 가족나들이의 명소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란다. 그날 밤 나는 무엇보다 천변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눈에 들어왔다. 전남 담양에서 보았던 그 가로수 길 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양재천의 총 연장은 15.6km.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해 과천을 지나 서울 강남을 흐르는 한강 지류 중의 하나다. 현재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양재천의 생태계는 자연형 하천공법을 적용해 하천의 자연성을 되살렸다. 식생호안을 도입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생물의 서식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학여울 생태 공원은 1995년 국내 최초로 기존의 치수 중심의 획일적인 하천정비 개념에서 탈피해 맑은 물이 흐르고 옛 정취가 깃들인 자연형 하천으로 재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생태계 학습 시범교육장으로도 활용하기 시작했으니 서울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다양한 삶의 질 욕구를 충족시키고, 옛 강의 모습을 회상하도록 하는 시민정서 함양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니 부러울 수밖에.

더욱이 그날 밤 양재천 변의 낭만적인 분위기 탓 때문이었는지, 늘상 용인 촌놈임을 자랑하던 내가 그날 만큼은 센 강보다 아름다운 양재천에 대해 거듭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동식물 식생수만 따져보아도 경안천보다 양재천에 훨씬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우 대표적인 하천을 꼽는다면 팔당상수원의 발원지인 경안천이다. 요즘 경안천은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경안천 공사현장을 지켜보노라면, 차라리 그냥 나두는 게 나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태하천 복원공사를 명분으로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노파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자연적인 냄새가 나던 하천에 인공 구조물들이 가득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던 양재천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는지,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용인시청 이정표 하천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운학천, 김량천, 금학천 등 경안천 일대를 볼 때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경전철 교각이 심겨져 있는 금학천과 경안천. 그래서 나는 전날 밤 양재천의 감동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제발 용인의 보물인 경안천도 아름다운 생태형 하천 공원으로 만들어달라고 말이다.

다행이 이 과장은 곳곳에 습지 조성은 물론 생태형 하천을 만들 계획이라며 여러 가지 포부를 밝혔다. 그럼에도 나는 도심 속에서 만났던 양재천의 밤이 용인에도 생길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조바심을 지울 수 없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연과 도시가 어떻게 조화롭게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