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인시를 비롯한 의정부, 김해시가 경전철 운영비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을 건의했다. 3개 지자체 단체장들은 경전철이 중앙정부의 심의, 협상지원 등을 거쳐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됐으나 과다한 수요 예측으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위기를 몰고 왔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앙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가 중앙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불과 2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지방재정 위기 사례는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약 2년 전 재정에 구멍이 난 미국의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지자체는 소속 공무원을 해고하는 것은 물론 양로원을 폐쇄하거나 버스노선까지 줄였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걸어 잠그는 등 비용 줄이기에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인구 12만명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의 중소도시 발레호는 2008년 파산했다. 이후 비용 절감차원에서 경찰수를 줄였고, 그 결과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전락했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주정부의 파산 선언은 금지하고 있다. 다만 주 이하의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파산을 허용하고 있는데, 2010년까지 500여개의 지자체가 파산신청을 했다.
1975년 뉴욕시도 경기침체로 파산직전까지 몰렸다고 한다. 당시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은 뉴욕시를 “헤로인에 빠진 방탕한 딸”로 비유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때 뉴욕시를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공무원 노조는 연금에서 뉴욕시 지방채를 사들였고, 뉴욕시 지하철 요금을 두 배로 올렸다. 또한 등록금이 없었던 시티 유니버시티에 등록금을 매기고, 공무원 6000명을 감원했다. 이같은 노력에 연방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뉴욕시가 가까스로 파산을 면했던 것이다.
올해 용인시의 지방채가 무려 2조원에 육박한다. 경전철 때문에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한 것도 원인일수 있지만, 과도한 재정 집행 또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비리복마전에 휘말린 용인도시공사처럼 무늬만 화려한 조직들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용인시 역시 민선들어 각종 공익재단을 빌미로 별도 조직을 설립해왔다. 당초엔 시 행정조직에서 감당했던 일들이다. 하지만 대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민선 단체장들은 앞 다퉈 각종 공사와 재단을 설립하며 논공행상을 일삼아왔다 이런 조직을 설립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용인시는 설립 초부터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원의 자본금을 투입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고용 인력들은 시가 먹여 살리고 있다. 요직엔 전문성을 빌미로 퇴직공직자들이나 단체장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채워 옥상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일반 기업 오너들이었다면 공사나 재단을 만들어 운영했을지 묻고 싶다. 선심성 행정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 사업들도 부지기수다. 단체장은 물론 시의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조직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해체가 절대 쉽지 않다.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단체장들은 재임시절의 치적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용인시는 이제라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방만한 조직과 재정 운영을 지속한다면 분명 뉴욕시처럼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자칫 전국 재정자립도 1위를 자랑하던 용인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