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수많은 국민들이 실패(?)한 전직 대통령을 직접 보기 위해 시골마을로 대거 몰려갔던 것은 큰 화젯거리였다. 그토록 국민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전직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은 그를 마주보면서 한 시대의 권위주의 붕괴를 만났거나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아니라면 낮아진 그의 모습을 통해 권위의 맛을 대리만족하고 있었는지도…. 분명한 것은 단순히 유명 연예인을 보듯 그에게 열광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고, 모든 것은 후세가 판단하도록 역사의 몫으로 넘겨졌다.
권력투쟁은 예나지금이나 양태만 변했을 뿐 마찬가지다. 가깝게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요즘 정치판 뺨치게 복잡 다양했다. 현대 국가의 정당(party)은 각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이념을 공유하고, 정강을 가지는 조직이다.
반면 조선시대의 당은 학연과 지연, 그리고 혈연을 기반으로 한 붕당(朋黨)인 셈이다. 지금 보면 전 근대적인 구태 정치임에 틀림없지만, 아직도 그런 붕당정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면 어쩌란 말인가.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겉으로는 공론을 바탕으로 성리학에 기반한 대의명분을 쌓는 것처럼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권력투쟁에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특정 사건을 빌미로 동인과 서인으로 분화되거나 온건파와 강경파로, 기호학파와 영남학파로 나뉘는 등 요즘의 계파 정치와도 비슷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명 정치인들의 변절도 눈길을 끌었지만,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양분된 국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역사의 뿌리와도 무관치 않음이 느껴진다.
박빙의 지지율답게 네거티브 양상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온갖 행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공약 사항에 대해서는 후보들의 차별점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 상황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교육경제 ․ 사회복지, 그리고 대북문제 등에 대해서도 장밋빛 공약처럼 들릴 뿐,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 청사진은 없었다. 혹시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후보 간의 공격적인 말잔치에 휩쓸려 유권자들의 피부에는 잘 와 닿지 않았다. 결국 후보 간 정책 대결은 과열된 선거분위기 때문에 일찌감치 실종된 셈이다.
결과는 과거 대선에서 보았던 역전의 드라마를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현 정권이 굳히기로 끝낼지 둘 중 하나다. 안타까운 것은 누가 당선 되든 선거로 인해 국민 분열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 세대 간, 가족 간의 이견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선거다. 따라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국민대통합을 위한 부드러운 권위를 보여줘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 정서에 반하면 불통이자 독재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반드시 투표로 민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