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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민 칼럼-여성대통령 시대의 개막

조양민 칼럼

   
▲ 조양민
대한민국에 여성대통령시대가 열렸다. 정말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청년시절을 여성정치운동의 현장에서 보낸 필자에게 이번 대선의 감회는 남다르다. 20년간 정치현장에 몸담은 필자가 지켜본 대한민국의 정치풍토는 여성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에는 어렵고 힘든 구조를 가졌고 어렵사리 정치권에 진입하더라도 숱한 좌절과 위기를 겪는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가진 직업이 여성단체의 활동가였다. 직장은 한국여성정치연구소로 1990년대 여성정치참여운동을 주도하던 단체였다. 30여 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어 1991년에 치룬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의원의 비율은 0.9%에 불과했고 연이은 95년, 98년의 지방선거에도 여성비율은 3%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이야 여성들이 정치참여를 당연시하지만 90년대 만해도 참 유난스런 여자들의 별난 극성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2000년 한나라당 사무처로 직장을 옮긴 후, 여성조직의 관리자로서 선거에 출마하려는 여성들을 ‘만주독립운동’하듯 도우면서 여성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절감하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각계의 노력으로 총선 비례대표 50%할당, 지방선거 지역구여성할당 등 제도적 보완장치(affirmative action)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하위수준이다.

이를 단숨에 뛰어넘는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보는 환희와 전율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여성대통령 탄생으로 여성들이 당장 집안일에 손을 놓을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향상되거나 여성주의적 정책이 급증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많은 선거결과와 다른 점은 여성유권자가 여성후보를 더 찍는 여권투표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박 당선자는 남성 득표율에서 49.1%를 얻어 문재인 후보의 49.8%에 약간 뒤진 반면 여성으로부터는 3.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여성유권자의 의식변화가 여성대통령시대를 견인한 동력이었던 것이다.

새로 구성된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린다. 새 정부는 박근혜 당선자의 약속대로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으로 불안한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민주화로 생활에 지친 국민의 삶을 보듬으며 동서와 세대를 뛰어넘는 대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