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저녁, 소낙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용인정신병원 고개를 경계로 처인구 지역에만 갑작스럽게 집주호우가 내렸다.
서울특별시 면적과 엇비슷한 용인시는 지리적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봄가을에는 일교차가 커서 영락없이 안개의 도시로 바뀐다. 경안천 지류가 한몫을 하는 원인도 있다. 일찍부터 안개는 용인의 특산물이었다. 필자 역시 안개를 주제로 많은 시를 썼다. 일찍부터 안개가 창작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한 이유다.
용인신문 독자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용인의 안개는 아침 성산에 올라가서 보아야 제멋이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멋있는 운해를 볼 수 있는 곳이 용인의 진산으로 불리는 성산이다. 성산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처인구 지역은 운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드넓은 구름바다가 내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 것을 상상해 보라.
반면 고개를 반대로 돌려서 동백지구를 비롯한 기흥구나 수지구 지역을 내려다보면 아파트 단지마다 아침 햇살 반짝이는 별천지다. 필자가 기획해서 만들어진 용인8경 중 성산일출이 첫 번째지만, 솔직히 용인8경중 1경은 운해, 즉 안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안개는 기후의 영향이 크기에 8경 추천을 못했던 것이다.
용인시 전체 면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처인구는 농촌 지역이다. 그럼에도 시청을 비롯한 주요 기관이 처인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정치1번지 또한 처인구로 꼽혀왔다. 또한 구도시인지라 원주민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경제수준 역시 도시지역에 비하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날 저녁, 용인문화예술원 국제회의장에서는 ‘처인교육사랑회’ 출범식이 있었다.
사상 처음으로 처인구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 탄생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은 2015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고교평준화 실시를 앞두고 처인구의 형편없는 교육인프라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행사 2시간 전부터 쏟아진 소낙비 탓인지 2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국제회의장에는 50여명 밖에 오지 않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 보였다. 지방의회의 몇몇 의원들이 참석했고, 폭우를 뚫고 참석한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도시지역 학부모들보다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교육당국 역시 처인구 지역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다행인 것은 처인교육사랑회 출범 직후 교육당국이 처인구 지역에 고등학교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처인구. 이곳을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교육환경의 변화다. 고교평준화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교육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처인구민들 입장에서는 용인외고를 비롯한 관개 4년제 대학조차 빗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용인시와 교육당국이 왜 모르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