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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원로 없는 사회는 갈등과 분열 뿐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어느 사회든 위기의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원로(元老)부재론이다. 국가도 중차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면 대통령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계의 각급 원로들을 찾아가거나 정중하게 초청해서 지혜와 해법을 구하곤 한다. 그만큼 원로라는 존재는 고대 이래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로마시대 공화정은 아예 원로원이 있었다. 원로원은 집정관의 자문기관이었다. 원로원 의원들은 회계 검사관을 지냈던 인물이거나 평민이라도 호민관을 맡은 경력이 있었다면 위촉했다. 물론 세습으로 인한 신분 상승은 안됐지만 의원들은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한 사람들로 보면 된다. 이들은 싸움터로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곳에서 전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노쇠해 졌을 때는 스스로 물러났지만, 신분 자체는 종신이었다. 그만큼 원로는 원로다워야 한 사회에서 어른으로 존중받고 끝까지 대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고대 이야기임에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최근까지도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전직 대통령까지 부관참시 하는 불행한 나라다. 안타깝게도 전 국민의 반 이상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한사람도 없다. 그 원인은 대통령의 업적을 떠나 국민들부터 낡은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근본 원인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전 세계 유일의 냉전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은 남북관계를 정권유지 차원에서 이용만 해왔지, 민족통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느냐고 묻는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냉전시대 고착화를 의도적으로 바랬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은 대통령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국주의 희생양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온전한 국민들이라면 헷갈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의 원로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에 비해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소 국민의 절반은 전직 대통령을 존경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세로 본다면 요원할 것 같다. 지나친 권력주의도 원인일수 있고, 무엇보다 권좌에 대한 욕심과 무지가 빚어낸 결과다. 그 책임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아울러 정치권이 우리 사회를 끝없는 정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자는 “이미 배운 것을 익숙하도록 복습하여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라고 했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배우게 되는 이 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인과(因果)관계 속에서 발전 원리를 깨달아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최고 권력자들 스스로 무시했기 때문에 이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국가든 지역사회든, 심지어 아파트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원로 중심의 작은 마을공동체를 기초단위로 모여 행정단위인 지역사회와 국가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을과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원로가 부재하면서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의 블랙홀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사회가 원로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시켰거나 원로 스스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하지 못해 퇴출을 자초한 것으로 지금 같은 갈등과 분열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