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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아고라(Agora)와 ‘시민소통광장’

아고라(Agora)와 ‘시민소통광장’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2500년 전 고대 도시국가인 그리스 로마의 역사를 곱씹으며 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소통일 것이다.

그 시절에도 공적인 의사소통이나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말이 ‘광장’ 즉, 아고라(Agora)였다. ‘아고라’의 어원은 ‘모이다’로 ‘시장에 나오다’, ‘사다’ 등의 의미를 지니는 ‘아고라조(Agorazo)’에서 비롯된 ‘시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와 굳이 비교한다면 오일장과의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광장은 시장의 기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일상생활의 중심이다. 바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나 ‘사람들의 모임’ 자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2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화두가 왜 또 다시 ‘광장’이어야 하는가.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를 둘러싼 충돌과 갈등, 이념 색깔 논쟁 등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도시국가만도 못한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민주의의가 퇴보하고, 상식보다는 비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로의 회귀를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고대 도시국가의 시민들이 보면 과연 뭐라 할까. 현대의 광장은 오프라인보다는 사이버공간으로 더 많이 옮겨졌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마련된 ‘아고라’처럼 수많은 네티즌들이 사이버광장에 모여 사회 이슈가 되는 의제들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고대 도시국가들처럼 사이버 광장에서 민회(民會)나 재판, 상업, 사교 등과 유사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도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사이버 망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 역사로 치자면 불과 20여년에 불과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사이버 공간에서 광장을 응용,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 역시 시민들의 건의사항이나 정책제안, 민원사항 등을 듣고 이에 대해 직접 답변하는 웹·모바일 시민소통시스템을 개통했다고 밝혔다.

물론 과거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와 유사한 콘텐츠를 운영한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시민의 소리’ 라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임을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얼마나 차별화된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지만 진정한 ‘광장’의 역할보다는 ‘단체장의 치적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선 6기 정찬민 시장의 62개 공약사항 추진 현황을 일목요언하게 볼 수도 있고, 시 행정 정보제공 동의자들에게는 시정 소식을 전달하는 등의 편리성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민감하고 예민한 시 정책사항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볼 수 있는 소통창구, 즉 용인시만의 사이버 ‘아고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만 쌍방향 소통인데 일방적인 홍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인구 100만 명을 육박하는 용인시의 당면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소통의 광장이 필요하다. 마침 정찬민 시장 취임 이후 용인시청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 또한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벤트‘광장’이 아닌 ‘민주주의’와 소통을 위한 민의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