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개혁안’은 지방자치 훼손하는 ‘개악’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재정 개혁안이 현실화될 경우 지자체들의 재정운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4일 용인시를 비롯한 수원시, 성남시, 고양시, 화성시, 과천시 등 6개 지자체 단체장들이 별도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초당적으로 개정안 반대를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2일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2018년부터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해 시·군에 재분배하기로 했다. 또한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유리하도록 변경하는 지방재정개혁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6개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999년까지는 취득세와 등록세, 레저세 등 도세(道稅)를 시·군이 대신 징수, 총액의 30%를 도세징수교부금으로 받았다. 그러다가 경기도와 정부가 도시 간 빈부격차를 줄인다는 이유로 이를 3%로 일괄 하향 조정했다. 도세를 많이 걷는 도시들에게만 도세징수금이 편중되게 교부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신 정부는 도세징수교부금의 하향 조정으로 재정난을 겪게 될 자치단체들을 위해 특별재정보전금 제도를 도입, 세수결함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안전행정부가 이 같은 특별재정보전금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특히 세수가 많은 지자체들이 발끈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비율조정을 하면서 지방재정강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재정보전금 폐지와 일반재정보전금의 배분 기준을 변경하려 한다는 것. 이는 중앙정부가 자치단체를 예속화하기 위해 칼자루를 쥐는 형국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향후엔 자치단체 상호간의 하향평준화 초래 또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6개시 시장은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지방재정법시행령 개정안의 특별재정보전금 폐지의 부당성과 일반재정보전금 배분기준에서 징수실적 폐지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일엔 남경필 경기지사까지 지방재정개혁 방안에 대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식의 하향평준화다.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4일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포천·파주·광주·양주를 제외한 27개 시·군도 공동성명을 냈고,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은 자치분권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방재정 개혁안 추진 시 용인시는 2015년 기준 조정교부금 1046억 원 및 법인소득세 678억 원 등 총 1724억여 원의 세입이 줄어든다. 결국 세입 재원이 지속적으로 줄어 막대한 재정 공백이 생기면 신규 사업 수행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까지 추진을 못해 지역경제의 침체까지 불가피할 것이다.
한심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법인세율 인상 거부 등 ‘증세 없는 복지’를 계속 고집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논란인 누리과정 예산문제에서도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근본적인 경제개혁 의지와 실천없이 지자체에만 재정적 책임을 전가하는 돌려막기 식 운영은 결국 모두 망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결의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과 개원을 앞두고 있는 20대 국회의 경제개혁 의지에 달려있다. 국가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법은 역시 법인세율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일일 것이다. 곳간이 텅텅 비었는데 무엇으로 살림을 하고 적선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