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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김영란법은 혁명이다

김영란법은 혁명이다.

 

김영란법이 시작되던 첫날, 기자는 출입처의 언론담당자와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오래전부터 몇 번의 약속이 무산된 바 있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식으로 즉석에서 자리가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언론담당자는 잘 아는 후배였다. 이 후배는 공무원이기에 앞서 지역사회와 학교로도 후배였다. 당연히 개인적 친분을 앞세우는 관계이다 보니 김영란법은 무슨 쓸데없는 소리라며 부담없이 약속을 잡았고, 자리를 갖게 됐다. 그런데 막상 술자리에 앉아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늘부터는 더치페이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선배인 기자가 술값을 내던지, 아니면 직업적 관행(?)처럼 언론담당인 후배가 먼저 알아서 계산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딱히 어울리는 말이 아니겠으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불현 듯 떠올랐다. 이 생각은 후배 공무원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겸한 술자리가 끝나자 후배 공무원은 더치페이로 계산을 한 후 차 한 잔도 더 나누지 못한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결국 업무상 아무 관계없는 다른 사람을 만나 김영란법에 대해 갑론을박하며, 맥주로 입가심을 더 한 후 귀가해야만 했다.

 

그날 술자리에서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을 때 김영란법 위반 첫 사례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 하나 주었는데, 그것을 목격한 학생이 고발했다는 씁쓸한 소식이었다. 위반 여부를 떠나 김영란법이 몰고 올 혼란과 파장을 예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1년 반의 유예기간을 거쳐 논란 끝에 시작됐다. 상징적 의미로 남한테 한 끼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한정하는 ‘‘3·5·10 규정이 바로 김영란법이다. 규정을 어기면 무조건 뇌물죄로 처벌받게 된다.

 

심지어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 판검사, 경찰, 교사 등 모든 공무원들과 공직자들에게는 현금, 식사, 선물 등 금품 제공 자체가 안 된다. 학부모는 교사에게 커피 한 잔도 대접해서는 안 된다. 병원 의료진들에게도 이 법이 적용된다. 식사비나 음료 접대시 판단내리기가 애매하면 그냥 더치페이가 최고란다.

 

영국의 비영리기구 IBE(Institute of Business Ethics 기업윤리연구소)에서 발표했다는 선물뇌물의 차이를 다음과 같다. 받는 사람이 선물과 뇌물을 구분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은 받고 나서 잠을 잘 수 있으면 선물, 그렇지 않으면 뇌물 외부에 공개됐을 때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선물,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뇌물 자리를 바꿔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선물, 바꾸면 못 받는 것은 뇌물이란다. 이것이 뚜렷한 기준이 될진 모르겠으나 조금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물론 김영란법 원안에 있었던 이해충돌부분은 빠졌고, 언론인과 배우자까지 대상자에 포함하는 등의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논란 또한 적지 않았다. 당분간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정말 부정부패 없는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한번쯤 겪어야할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일부 계층에서는 더욱 어둡고 음성적인 탈법이 자행될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엔 혁명적이고 저항이 심했던 금융실명제 실시에서 보았든 김영란법 역시 금융실명제보다도 더 우리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