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시민혁명의 승리다.
2017년 봄, 시민 혁명이 승리했다. 국민들은 4·19혁명과 6·10항쟁을 통해 지켜온 민주주의를 평화의 상징인 촛불로 지켜냈다. 촛불은 분명 민중의 함성이었다. 때론 용서와 화해의 몸짓이자 준엄한 경고의 횃불이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의 오만과 무능은 끝내 국민을 배신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헌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가 극성이던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심판 장면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탄핵 결정의 순간은 시민 혁명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역사의 비극적 순간이었다.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 개인의 불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 전체의 불행인 것이다. 탄핵 당위성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우울한 이유다. 탄핵 과정에서 불거진 권력층 주변부 인사들의 추악한 면모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별수사검사의 활약이 나름 높이 평가를 받았지만, 친박 및 보수 세력들은 헌재 재판관을 비롯한 특검, 심지어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위협을 가했다. 이는 애국을 빙자한 반 헌법적 행위다. 태극기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헌법수호기관과 체재를 불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위 아닌가. 그래서인지 헌재는 탄핵 심판 결정문에서도 헌법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최서원(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돼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결국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파면 이유를 덧붙였다.
물론 탄핵 결과에 따른 의견이나 반응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판결 불복이나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행동과 해석은 안 된다. 이번 탄핵 심판은 1960년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4·19혁명은 6·25전쟁 후 경제침체와 실업률, 정치권 부정부패, 자유당의 공포정치, 도시로의 인구집중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던 때였다. 거기에 불을 붙인 것은 3·15부정선거였다. 이를 계기로 마산에서 시작된 시위가 4월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0개 도시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마침내 4월26일 이승만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4·19혁명이 민중의 힘으로 국가 지도자를 교체한 최초의 사건이라면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시민들의 촛불혁명 정신을 온전하게 수용한 평화 민주주의의 승리인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조기대선 체제로 돌입했다.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정치모리배들의 국민농단으로 힘겹게 살아왔다. 게다가 북핵 문제, 사드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일본 문제 등을 돌아보면 불안감에 피로감이 더 겹친다.
과연 누가 차기 대권을 거머쥘지 모르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은 이제 탄핵국면에서 빚어진 갈등을 하루속히 벗어던질 수 있게 화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특검이 못다 한 부정부패 청산과 세월호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는 대통령 구속수사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래야 값비싼 수업료를 치룬 대한민국의 봄에 탄핵의 꽃이 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