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 다시 민주주의다
정권초기부터 불통과 반민주주의의 음습한 기운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헌정사상 첫 번째로 탄핵과 구속이라는 치욕스런 기록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된 지 21일 만에 전격 구속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다. 영장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됐다”는 것이 구속영장 발부 사유라고 했다.
피의자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433억원(실수수액 298억원)상당 뇌물수수,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작성 및 집행 주도 과정에서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모두 13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막강한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8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고, “세월호 인양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심문 시간은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생긴 이래 최장 시간이었다. 그만큼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 시점은 3년 여 동안 바다 속에 잠들어있던 세월호가 인양된 시간과 겹쳤다. 2014년 4월16일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300여명의 목숨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의 의혹이 밝혀질지 희망의 시간이 엇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의미는 매우 크다. 앞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다른 재벌들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될 것이기에 대한민국 역사는 분명 큰 변환 점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는 정경유착 때문에 후진국 소리를 들어왔다. 실제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국민의식의 성장 속도에 비해 정치권의 반민주 행태와 유신시대로의 회귀는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다. 수십 년간 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불과 몇년 만에 무너졌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했고, 기업들을 겁박해 사익을 추구했지만 국가의 공적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조하고 공모한 의혹이 더 많았다. 그럼 지난 4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의 손에 의해 운영되었단 말인가. 역사에 길이 남을 어처구니없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함께 5월9일 장미대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에 뽑힐 대통령은 모든 것을 차치하고, 그동안 정부로부터 소외되고 상처받은 선량한 국민들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먹고사는 문제는 물론이고 강대국으로부터 국민의 주권과 국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이제 새 대통령은 다시 이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번 박근혜 정권이 왜 국민에 의해 무너졌는가를 되새기길 바란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