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길버트 그레이프'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상영 : 1994.06.11
주연 : 조니 뎁, 줄리엣 루이스
일본의 유명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누가 보지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가족이라는 존재는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울타리겠지만, 아마 그에게는 자신에게 누군가 의존하는 것이 매우 귀찮았던 일이었을지 모른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가족에 의해 시작해 가족으로 인해 끝을 맺는다.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주인공인 ‘길버트’에게 가족이라는 굴레를 씌웠다.
‘길버트’의 가족의 면면은 매우 화려하다. 자살한 아버지와 이로 인한 충격으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 결국 200kg이 넘는 거구가 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
실업자 누나와 항상 짜증에 가득한 여동생. 여기까지 생각해도 숨이 막히지만, 막내 ‘어니’는 심지어 자폐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집 안에서 유일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길버트’가 유일하지만, 어린 나이에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다만 마을을 지나가는 캠핑카를 보며 자유로운 이들을 부러워 할 뿐이다.
상상만 해도 숨 막히는 가족이다. 아마 기타노 다케시가 실제 주인공이었다면 누가 보고 있어도 가족을 내다 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은 ‘길버트’의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며 끝을 향한다. 막내인 ‘어니’의 18번째 생일에 일어난 일이다.
생일을 위해 마련한 케이크는 엉망이 되고, 가족간의 말하지 못했던 감정은 폭발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가족이라는 커다란 굴레를 해체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마 그 울타리를 벗어난(혹은 갇혀있던 알을 깨고) ‘길버트’가 향한 곳은 ‘아프락사스’일지 모른다.
이제는 미중년 소리를 듣는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다.
가족은 영화처럼 때로는 잔인한 존재일 수 있지만 영화는 가족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어찌됐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면회조차 거부하는 어떤 분은 가족이 없어지면 진정한 자유를 찾았을까? 행여 연설문을 고쳐줬던 이의 면회는 받아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