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은 언론 프레임 싸움이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선거전이 불과 20여일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두 다툼 양상으로 점입가경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문·안의 오차 범위 내 박빙과 함께 부동층이 많다. 역대 투표율을 감안하면 유권자 10명 중 최소 7~8명은 투표한다. 그렇다면 부동층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미디어에 나타나는 후보 이미지와 여론전일 것이다. 미디어는 5월9일 투표일까지 각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마크하게 된다. 언론 특성상 아무리 작은 뉴스라 해도 속보와 단독취재 경쟁을 벌일 것이니 후보와 미디어 모두 긴장의 연속이다.
대선전은 짧고,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 검증 시간은 태부족이다. 결국 선거는 미디어 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미디어 역시 자사의 이해관계에 맞게 첨예한 프레임 싸움을 할 것이다.
정치판을 빼닮은 미디어는 이미 보수와 진보로 나뉜 프레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를 제공한 JTBC방송과 한겨레 등 진보 이미지를 구축한 언론사들이 있는가 하면 보수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편파방송과 가짜뉴스를 만들어 뿌리는 사이비 언론들까지…. 가짜 뉴스는 짧은 선거판에서 더 위험하다. 진실을 호도해서 표심을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이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팩트 체크’를 시작한 이유다.
실제 가짜뉴스를 진실처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법당국은 가짜뉴스를 철저하게 수사,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 편파방송 보도는 물론이고 국가 기관인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조직적으로 개입,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사실까지 밝혀졌다.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언론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TV토론이 대안이다. 물론 TV토론은 선거전의 빅 이벤트임에 틀림없지만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쉽게 바꾸진 못한다. 결국 부동층을 공략하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선두가 초박빙일 때는 승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하지만 TV토론은 잘했는데도 실제 투표에서 패배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미국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TV토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우위를 점했지만 독설과 추문으로 비판 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이때 전 세계가 주목한 것은 ‘샤이 보수’의 실체였다. 샤이 보수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볼수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 전문가들도 이번엔 대선결과 예측이 어렵다면서 ‘TV토론’이나 ‘여론조사’결과를 무작정 신뢰하던 시절 또한 지났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대선의 학습 효과일까? 하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우리나라를 지켜낸 것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의 힘이다. 미디어가 탄핵 국면의 단초를 이뤘던 것처럼 이번 대선전 역시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 영향력이 가장 클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 선거 프레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대선전은 미디어들이 짜놓은 프레임 싸움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