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얼마 전 광교산 형제봉에 다녀왔다. 무더웠던 오후였던지라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산에 올라가 보니 숲이 우거져 오히려 시원할 정도였다. 낮 시간임에도 수지 성복동 방면에서 올라간 등산객들이 제법 많았다. 간만에 오른 광교산에 대한 감회가 새로웠다.
취재기자 시절 나는 한동안 용인시와 수원시와의 영토분쟁 기사를 썼다. 먼저, 수원시로 편입된 영통지구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지방의회 초창기였고, 용인군의회 의원 과반 수 이상이 수원시로의 편입을 찬성했다. 난 찬성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고, 그들은 두고 두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당시엔 온전한 4대 지방자치가 아니었기에 어쩔수 없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다음은 수지구 상현동과 이의동 편입 문제였다. 역시 수원시 뜻대로 됐다. 현재 광교호수공원을 비롯한 핫플레이스 광교지구가 예전엔 용인 땅이었던 셈이다. 뒤늦게 다 지난 행정구역조정안을 왜 끄집어 내냐고 물을 수 있다. 혹시, 배가 아파서 그러냐고?……. 솔직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다른 이야기다.
광교산 정상은 시루봉(582m)이다. 용인 수지구 고기동 산58-1번지이고, 형제봉 정상도 용인 땅이다. 그런데 수원시는 광교산 전체가 수원행정구역인양, 주인 행세 중이다. 광교산 등산로마다 수원시 브랜드의 안내판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행정구역상 용인에도 수원시 표지판이다. 핸드폰만 켜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용인시 입장에서보면 무척 얄미울 수도 있지만 무턱대고 수원시를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먼저, 광교산에 대한 수원시의 사랑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한다. 반면, 자존심은커녕 일말의 양심도 없어 보이는 용인시를 비판하고자 한다. 용인시는 형제봉 정상에 수원시가 세운 각종 안내판과 표지판 옆에 간신히 몇 개의 안내판과 플래카드 한 장 붙여 놓은 게 고작이다. 차라리 치우는 건 어떨까. 차제에 수원시 것이라고 인심을 쓰던지, 얼굴이 뜨겁고 창피했다.
90년대엔 광교산 시루봉과 형제봉 정상에 수원시가 화성(수원 상징)모형의 표지석을 세웠다. 상단엔 광교산, 하단부엔 수원시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용인신문 전신인 성산신문에서 향토사학자들과 강력히 항의했다. 처음엔 수원시는 들은 척도 안했다. 결국, 국립지리원 등의 지적도를 제시한 후에야 헬기를 동원, 거대한 표지석을 제거한바 있다.
용인시는 벌써 과거를 잊었다. 용인시는 광교산에 대한 수원시의 애정을 존중하되, 최소한의 자존심과 양심을 지켜야 한다. 더 이상 광교산 자락을 훼손하지 마라. 그리고 광교산을 애정하는 모든이들을 위해 예쁜 안내판 하나라도 용인 땅에 제대로 세워라. 자존감 없는 용인시의 행정력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