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주름들
한성희
투명한 이름 밑으로 가을이었다
가을은 동굴로 이어졌다
기울기를 증명하듯 노인은 구부러졌다
안과 밖이 하나가 되기 위해
새들도 모두가 비스듬이 이울었다
생활이 마지막이듯 눈꺼풀을 떨구고
동굴처럼 누웠다
자신이었을 갱도를 지나
날개를 찾기 위해 어두워졌다
비로소 출구처럼 그에게 달려온
그림자의 목소리들
한 겹 한 겹 알 수 없는 곳으로
주름들 불안하게 밀려갔다
안과 밖이 하나의 죽음이 되기 위해
주름은 서러운 비명으로 젖었다
서러울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뼈를 던지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조금씩 서서히
수액처럼 그곳에 다가서고 있었다
가을이 지나도 주름으로만 모여드는
타인과 작별하는 일보다
새들의 목소리를 외면 할 수 없었다
한성희는 2009년 『시평』으로 등단했다. 첫시집 『푸른숲우체국장』이 유려한 문장으로 평가되곤 했다. 「안과 밖의 주름들」은 한 노인의 죽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한 노인의 죽음을 노래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서서히/ 수액처럼 그곳에 다다르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안과 밖은 죽음과 삶이며 그것을 이어주는 통로가 동굴이다. 대지에 눈꺼풀을 떨구고 누워 있는 노인은 이미 동굴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 겹 한 겹 알 수 없는 곳으로 불안하게 밀려가는 주름들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천년의 시작> 간 『나는 당신의 몸에 숨는다』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