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봄
전기철
어쩌다 보니
창밖에서 수제비 뜬다.
개구리가 운다.
오늘은
딸기맛 생크림 말랑말랑한 쉬폰
둥시런 태엽인형이 쏟아내는
공기를 빨아들인 단문들
칼라렌즈 소녀가 빨래방에서 만나 얼룩말 이야기가 번진다
초코로 물든 손가락, 바닐라맛 입술
누군가 ‘요즘 애들은’이라고 해도 수제비, 수제비 뜨는 눈에서
개구리가 운다.
딸기에 물든 생크림
어쩌다 봄이
입 안 가득
딸기 딸기 한다.
전기철은 1988년 월간 시전문지 『심상』과 1992년 『계간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나비의 침묵』을 비롯해서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나에겐 시란 결핍에 시달리는 서정적 자아가 타락한 언어 속을, 실체를 잃어버린 언어 속을 방황하는 정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의 언어들은 타락한 언어고 실체를 잃어버린 언어일 것이다. 그러한 언어로 시를 쓰는 그는 늘 결핍에 시달릴 것이다. 결핍을 극복하는 방법이 시 쓰기일 것이고 그때 다시 언어를 사용해야 되므로 그 괴로운 순환은 메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봄」은 유쾌한 시다. 창밖에는 어쩌다 봄이 수제비를 뜨고 개구리가 운다. 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칼라렌즈를 낀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가 봄인 것이다. 소녀는 말랑말랑한 레이스를 달았고 태엽인형처럼 동그란 얼굴을 하고 있다. 손가락에는 초코가 묻어 있고 입술은 바닐라맛처럼 향기로울 것이다. 봄처럼 귀엽고 화사한 소녀를 두고 ‘요즘 애들은’이라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봄은 어쩌다 봄이고 입 안 가득 딸기향을 머금는 것이다. <작가>간 『풍경, 아카이브』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