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중얼거림
김행숙
그들은 내가 잠에서 깨길 기다리고 있지만
기다리게 할 거야
드디어 내가 잠에서 깨면 그들은 내가 잠들길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또 기다리게 했지
그래서 그들은 밤낮 기다리지
기다림은 길어지는 것
죽음처럼 알아볼 수 없는 것
그래서 나는 한 번도 고도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그들과 같이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사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나의 일과였어
김행숙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1999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어떤 인터뷰에서 ‘시는 타성이나 기존 논리에 쉽게 몸을 내 주지 않을 때 강한 생명력을 가져요. 시가 평화로운 것보다는 불안한 존재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죠. 시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이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이 말은 그녀의 시를 읽는데 도움이 된다. 그녀의 시는 불온하고 불안 한 것이다.
「고도의 중얼거림」은 인간의 삶을 끝없는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기다림 속에 나타나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한 측면을 나타내는 사무엘 베게트의 대표적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의 중얼거림이다. 50년 동안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애스트라공이다.
시적화자의 중얼거림이기도 한 이 시는 화자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리고, 깨어 있으면 잠들기를 기다린다. 그들의 기다림은 길어지는 것이고 죽음처럼 알아볼 수 없는 것이이어서 화자는 고도인 적이 없는 것이다. 결국 화자도 그들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고 있고 그 기다림은 아주 오래된 일과였던 것이다.
그녀의 메시지는 사무엘 베게트의 메시지와 같은 궤를 그린다. 그 변주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