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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자존과 염치

이경철(시인·전 중앙일보문화부장)

 

[용인신문] ‘힘들다’ ‘무섭다’ ‘망하다’ ‘답답하다’ ‘싫다’ ‘불안하다’ ‘지친다’ ‘슬프다’.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인터넷 게시물 42억 2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감정이 실린 단어 빈도수에서 상위에 오른 단어들이다. 부정적인 단어들이 대부분 상위를 차지해 빅데이터도 지난해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앓았다는 것을 확연히 알려주고 있다.

 

그랬다. 지난해 우리 대부분은 힘들고 답답하고 불안했다. 나 자신 또한 불안하고 지쳐 스스로 망가져 갔음을 실감하며 반성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별 것 아닌 것에 버럭 화부터 났다. 참지 못하고 남에게 공격적으로 나갔을 때 ‘내 자신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는 자괴감에 몇 날 며칠을 앓은 적도 있다.

 

지난 가을로 접어들 무렵 그런 자괴심, 스트레스가 하도 심해 급기야 대학병원 응급실에가 맹장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스트레스가 그동안 멀쩡했던 충수돌기에 염증을 일으켜 터져버렸던 것이다.

 

남들은 다 무료로 받는 코로나 검사를 입원하기 위해 돈 주고 받았다는 사실에 수술을 하고 나서도 배가 더 아팠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에 속상해하며 자꾸자꾸 마음을 망쳐가는 내 자신에 더 화가 났다. 스스로 부른 화병을 수술 받은 병보다 더 아프게 앓았던 것이다.

 

그래 올해 내 탁상 캘린더에 ‘내 자신인 이것밖에 안 되는가’를 적어놓고 그런 좁고도 조급한 마음을 경계하고 있다. 이전까지 새해면 염두에 두었던 것은 자존(自尊)이었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의 품위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남들도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라며.

 

그런 자존에 비하며 정반대로 자괴감에서 우러난 올해의 내 표어는 얼마나 초라한가. 이 또한 코로나 블루 탓인 것을. 그러나 언제까지 코로나만 탓할 것인가. 내 마음과 몸을 살리고 자존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책으로 세운 것이 ‘내 자신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인 것을.

 

이 세상에 살면서도 시공時空에 얽매임 없는 자연스런 삶을 추구했던 장자가 그런 삶의 도(道)로 내세운 게 ‘영녕(攖寧)’이다. 문자 그대로 얽히고 얽매여 있으면서도 편안하고 안녕하게 산다는 것이다.

 

거울은 빛이 있으면 빛을 비추고 먼지가 있으면 먼지를 비춘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아무것도 안 비추고 고요하다. 그러나 우리네 마음을 어떠한가. 빛이 비추면 빛이 되고 먼지가 비추면 먼지가 된다. 비친 것에 집착하고 얽매이게 된다.

 

그러니 마음을 거울같이 잘 닦아 비추는 것에 아등바등 가타부타하지 말고 고요히 하라는 것이다. 오는 것은 오게 하고 가는 것을 가게 하라는 것이 영녕의 가르침이다. 그래야 이 현실 세계에 살면서도 현실에 얽매임 없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진작부터 ‘위드(with) 코로나’란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올 한 해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백신이 나왔더라도 힘들고 답답하고 불안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단어에 이젠 너무 주눅 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 블루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위 빅데이터 분석에서 지난 1년 내내 ‘힘들다’는 단어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서도 2위는 분기별로 ‘감사하다’, ‘바라다’로 바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감사하고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내 자신이 이것 밖에 안 되는가’고 묻는다. 그래 고마운 마음으로 미운 놈한테 떡 하나 더 주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내 자신의 염치와 자존을 위하고 우리 사회의 안녕을 바라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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