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오쉬프 만델쉬탐/조주관 옮김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
검은 바람은 살랑거리고
날고 있는 제비는
어두운 하늘에 원을 그린다
내 죽어가는 다정한 가슴으로
번져오는 황혼은
꺼져가는 빛과
조용히 다투고 있다
저녁 숲 위로
구리빛 달이 떠 있다
왜 음악이 없을까?
왜 그런 침묵만 흐를까?
오쉬프 만델스탐(1891-1938)은 바르샤바의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4년 5월 어느 날 밤, 그의 아파트에 비밀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안나 아흐마토바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의 시인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낭송했던 스탈린을 풍자한 시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의 두꺼운 손은 구더기처럼 기름기로 번들거리고/말은 저울추처럼 믿음직하며/바퀴벌레 같은 콧수염은 웃고 있으며 그의 장화목은 번쩍인다’는 시였다. 그는 그날 밤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우랄산맥의 소도시로 추방된다. 1938년 두 번째로 체포된 뒤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그는 그해 12월 27일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의 작품은 부인 나데쥬다의 암기에 의해 복원된 것이 대부분이다. 암기되지 않은 것은 필사본으로 여러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의 시는 사랑과 두려움, 추억, 그리고 죽음의 초월로 가득 찬 높고 외롭고 맑은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안스레 숨 쉬는 나뭇잎으로」에서 나뭇잎은 만델스탐 자신의 은유다. 비밀경찰의 감시와 유배와 투옥을 겪고 있던 그는 바람조차 검은 바람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늘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죽어가는 가슴으로 번져오는 황혼은 ’꺼져가는 빛과/조용히 다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 사위어갈지 모르는 목숨이었던 것이다. 저녁 숲 위로 구리빛 달이 떠오르고 사위는 죽음처럼 조용하다. 음악이라도 흘렀으면, 그리하여 이 침묵을 깨주었으면, 그는 희망하는 것이다. '문학의 숲' 간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