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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김윤배 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이산하

 

모난 돌과 바위에

부딪혀 다치는 것보다

같은 물에 생채기

나는 게 더 두려워

강물은 저토록

돌고 도는 것이다

 

바다에 처음 닿는

강물의 속살처럼 긴장하며

나는 그토록

아프고 아픈 것이다.

 

이산하는 1960년 경북 영월에서 태어났다. 1982년 필명 ‘이륭’으로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를 선보이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87년 3월 25일 발간된 사회과학전문 부정기간행물 ‘녹두서평’ 1집에 제주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구속되어 필화를 겪었다.

그의 시세계의 키워드는 자연스럽게 인간, 생명, 자유, 정의, 민주, 평화, 혁명이었다. 김수이는 해설에서 이산하가 재의 시간을 건너왔다고 지적한다. 그의 재의 시간은 불의 시간이었다. 재가 존재하기 위해서 불은 필연적이다. 그는 재로 남은 불의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노래한다. 중요한 것은 그의 패배가 한 개인의 패배가 아니라 역사의 패배이며 인간의 패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아프게 폐부를 찌른다.

「강」은 알레고리가 강한 시다. 시인은 회돌이 하는 강물을 보고 있다. 강물의 회돌이는 모난 돌이나 바위에 부딪혀 생기는 생채기보다 같은 강물에 생채기 나는 게 더 두려워 돌고 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에게서 받는 상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 혈육에게서 받는 상처가 더 아파서 우리들은 자신을 스스로 가두는 자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에 처음 닿는 강물의 속살은 또 얼마나 긴장할 것인가. 시인은 늘 인간 앞에, 생명 앞에, 자유 앞에, 역사 앞에, 혁명 앞에 긴장하며 산다. 긴장으로 인해 그는 아프고 아픈 것이다. ‘창비’ 간 『악의 평범성』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