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월)

  • 맑음동두천 12.2℃
  • 맑음강릉 12.1℃
  • 맑음서울 12.8℃
  • 맑음대전 15.4℃
  • 맑음대구 17.4℃
  • 맑음울산 11.1℃
  • 구름조금광주 17.1℃
  • 맑음부산 12.7℃
  • 맑음고창 12.4℃
  • 맑음제주 14.5℃
  • 맑음강화 8.9℃
  • 맑음보은 13.8℃
  • 맑음금산 14.7℃
  • 맑음강진군 14.2℃
  • 맑음경주시 13.4℃
  • 맑음거제 12.3℃
기상청 제공

문화/체육

사립미술관 운영난-마가, 이영미술관 등 문닫아

[문화이슈] 이건희 미술관 용인 유치 불발 예견된 일

 

 

[용인신문] 이건희 미술관 용인 유치가 불발됐다. 이미 예견하고 있던 바다. 용인시가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시였다면 유치 불발을 안타까워하고 분해하는 분위기가 유치 서명운동보다 뜨거웠을 것이다. 이미 서울로 유치될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했었다. 그럼에도 유치서명운동을 벌였다. 이건희 미술관 용인 유치를 기원하며 휘날렸던 플래카드는 한바탕 정치쇼에 불과했다. 이것이 용인시 문화예술의 민낯이다. 혹자는 이를 계기로 용인의 문화예술 자각과 도약이 있을 것을 기대했다. 과연 그 꿈은 이뤄질까?

용인시가 최근 문화도시를 유치한다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지켜보는 시민들 가운데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당연히 문화도시가 되면야 좋겠지만 막상 문화도시가 된다 한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분위기다. 있는 것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용인시가 이것저것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보다는 시민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오던 시립미술관 건립을 시도하는 게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운영난에 허덕이는 사립미술관 관리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줄줄이 문 닫는 ‘사립’ 미술관

인구 110만 명을 육박한 거대 도시에 시립미술관조차 없는 용인시의 공백을 메워오던 ‘사립’ 미술관이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운영난과 의욕 상실, 무엇보다 수익이 없는 사업 특성상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전기료 및 학예사 급여 등을 일부 지원하고 있으나 미술관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엔 턱없이 부족하다. 수백만 원에서 천여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매달 부담하기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처인구 모현읍에 소재한 마가미술관은 수년 전부터 운영난으로 인해 미술관을 야외결혼식 임대 사업 등으로 연명해왔다. 최근엔 미술관 전화도 꺼져 있고, 휴점 상태다. 관장인 송번수 홍대 명예교수는 교수 제자만 32명을 배출시킨 우리나라 미술계의 중추적 인물이다.

 

박생광, 전혁림 등 대표적인 한국 미술작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개관한 이영미술관도 한달에 1000여만원씩 들어가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채 결국 문을 닫고, 지난 4월 용인을 떠났다. 2005년 전혁림(1916~2010) 화백 구순 기념전때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용인에 터를 잡은 후 20여 년 동안 용인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렸으나 결국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지난 봄 폐관했다. 이영미술관은 초기에 8000여 평의 대지에 돼지 축사를 개조한 거대한 미술관으로도 주목 받았다. 김 관장은 “조용히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말만 남기고, 영영 용인을 떠났다.

 

1983년 서울 가회동에서 개관 후 1994년 기흥구 마북동으로 내려와 터를 잡은 한국미술관도 운영상 어려움으로 현재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

 

용인에서만 3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백남준 작품전은 물론 백남준미술관 용인 유치에도 기여 했던 곳으로 용인을 상징하는 미술관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고 김윤순 관장은 백남준의 부인 고 구보다 시케코와도 인연이 깊어 역시 비디오아티스트였던 그녀의 작품 전시회를 한국미술관에서 열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엔 한국미술관도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사립미술관, 박물관 진흥정책 필요

정부는 1992년 제정된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근거해 사립미술관 박물관에게 전기세, 교육세, 도로세 등 세제 지원 및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예사 급여는 자부담분이 있고, 연초에는 지원이 없다. 공모사업 기획서를 잘 써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자부담분 등 사업비가 소요된다.

 

따라서 수준 높은 미술 전시회를 기획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지역민들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왔던 이들 사립미술관이 운영난에 허덕여 폐관, 혹은 언제 문을 닫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립미술관’이지만 이들은 ‘시립미술관’을 대신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던 일등공신들임에 틀림없다.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들 중엔 공공미술관이 많아져서 사립미술관이 문을 닫아도 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용인은 시립미술관이 없는 상태에서 사립미술관의 퇴진은 문화예술의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지원근거 등 법적 요인도 중요하겠지만 시급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