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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칠성판의 고인은 바로 소생이로소이다ㅣ고정희

칠성판의 고인은 바로 소생이로소이다

                                                                              고정희

 

어누 때보다 제 눈빛은 밝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천천히 관속을 응시했습니다

“천고지붕 당했으니

하사말씀 가이없나이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직사각의 칠성판에 누워 있는 건

고인의 시체가 아니라

은빛으로 번쩍이는 ‘거울’이었습니다

그 거울 속에 누워 있는 건

다름 아닌 소생의 상반신이었던 것입니다

그때 소생은 죽었습니다

.........

무등산 중봉 허리에서 우리는

너나없이 칠성판에 누워버렸습니다

오오 그것은 우리들의 장례

우리들의 거울장이었습니다

(이하 생략)

 

고정희(1948-1991)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출생했다. 1975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에 의한 신랄한 비판과 준열한 고발을 해온 시인이다. 1980년대에 그녀는 시를 통해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을 부르짖기도 했다.

「칠성판의 고인은 바로 소생이로소이다」는 그녀의 장시집 『초혼제』에서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그 시대의 마지막 선비가 죽어 그의 장례를 치르는 의식으로부터 시가 시작된다. 선비는 민주주의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다. 관속을 응시하던 화자는 칠성판 위에 누워 있는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는 화자 자신이 누워 있는 것이다. 그 장례식은 다름 아닌 당대의 젊은이들의 장례식이었던 것이다. '창작과비평사' 간 『초혼제』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