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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가마카제 친일 논란, ‘아픈역사’에 국가가 답할 때다.

 

[용인신문] 광복 76주년인 8월 15일은 일본의 패전 및 종전일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식민체제를 겪은 우리 국민의 아픔과 갈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기대했으나 양국 모두 정치 셈법만 따지는 바람에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일본이 아직도 과거사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자기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들의 성지로 꼽히는 야스쿠니신사에는 8.15만 되면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다. 청일‧ 러일‧ 태평양 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만 약 247만 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는 1896년에 건립됐다. 일본에겐 국가 영웅일지 몰라도, 침략전쟁 피해를 본 주변국들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태다. 신사 안의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에는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이 자살 공격에 사용했던 전투기 ‘제로센(零戰)’이 전시돼 있다. 태평양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며 ‘식민지 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걸 보면, 제국주의 망령이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물론 정권에 따라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후 50주년인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에서는 총리 최초로 통절한 반성을 보였다. 10년 후인 2005년 고이즈미 총리도 같은 의미로 사죄한 바 있다. 또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나 2019년 5월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재차 사용해왔다. 그런데 아베 정권 때부터 태도가 180도 바뀌어 한‧일 관계마저 소강상태가 된 것이다.

 

다행히 일본 내 지식인 중에서는 과거사 사죄와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의 국민배우이자 대표적 친한파인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가 벌여온 조선인 출신 가미카제 특공대원 귀향 운동이 눈에 띈다. 경남 사천 출신으로 일본군 가미카제로 산화한 20대 청년 탁경현. 구로다 후쿠미는 낯선 땅에서 국적이나 이념을 떠나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었을 어린 청년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탁경현을 비롯한 조선인 가미카제 희생자가 나온 지 80년이 다가온다. 식민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겼다. 강제 노동도 부족해 성노예 희생자까지 만들었다. 그렇다면 일본을 위해 살았던 이들도 전부 친일파 죄인이란 말인가? 전 국민의 80% 이상이 창씨개명을 했으니 모두 친일파 후손들 아닌가? 나라를 잃어버린 국가 책임은 어디로 보내놓고, 불쌍하고 힘없는 어린 영혼들에게 친일 멍에를 씌워 2차, 3차 피해를 주는지 묻고 싶다. 조선인 출신의 가미카제 특공대원 탁경현을 비롯한 조선 청년들의 불쌍한 영혼을 위로하자는 뜻에서 일본인이 세웠던 ‘귀향기원비’가 아직도 땅바닥에 묻혀 누워있다. 그들의 영혼은 아직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채 일본인들의 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국가는 진짜 무엇이 '아픈 역사'인지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