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가을이여 5ㅣ한유

가을이여 5

                             한유

 

갈래 갈래 공연한 슬픔 걸고

슲고 슲게 빈 걱정 안고 있네.

이슬은 가을 나무 높이 맺히고

벌레는 찬 밤 긺이 슬퍼 우네.

 

삼가 물러나 새삼 조심하니

악착스레 앞서 날뛰던 일 구슬프네.

소박한데 돌아와서야 편안한 길 느끼고

옛 것을 길으니 긴 두레 줄 잡히네.

 

이름만 뜬 것 오히려 부끄럽고

세상 맛 엷은 것 정말 스스로 다행이네.

대저 부끄러움도 허물도 잊어버리면

이곳이 바로 은자의 집 되리라.

 

한유(768-824)는 허난성 난양 출신으로 사상가이며 시인이다. 그는 옛 문물을 숭상하는 상고주의자여서 전통적 윤리사상인 유교를 받들고 중국의 사회조직을 파괴한다고 생각되는 불교와 도교를 맹렬히 반대했다. 이는 그의 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옛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높은 문학정신이라고 생각했다.「가을이여」역시 그의 상고주의가 반영된 작품이다.

첫 연의 이슬과 벌레는 화자의 은유다. 높은 정신을 가졌으나 찬 밤이 길어 슬피 우는 것이다. 둘째 연은 관직에서 물러나 생각하니 악착스럽게 날뛰던 자신이 슬프고 물러나 소박하게 살아가니 마음이 고요해져서 옛 것을 긷는 긴 두레박줄이 잡히듯 학문이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연은 이름만 알려진 것이 부끄러울 뿐, 세상의 떫고 깊은 맛을 알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소박한 삶을 통해 부끄러움도 허물도 잊어버리면 이곳이 은자의 집이라고 노래한다. 민음사 간 한유의 『한유 시선』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