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현기영의⟪순이 삼촌⟫을 읽기전에 ‘순이의 삼촌’이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고3 겨울방학에 처음 접한 소설은 이해불가의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제주 방언에서는 연장자를 성별 상관없이 ‘삼춘(삼촌)’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밭이서 죽은 사름들이 몽창몽창 썩어 거름 이듬해엔 감저(고구마) 농사는 참 잘되어서. 감저가 목침 덩어리만씩 큼직큼직해시니까” 군시절 제주 출신 한 달 선임은 고졸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내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그 향기 더욱 진하리. 역사를 공부했다는 난, 제주 4‧3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전역 후, 제주 애월에 살고있는 그를 다시 만났다. 두 살 어린 그가 인생의 선배처럼 느껴졌다. 그는 나의 ‘도그마’를 일깨워 준 스승이었다. “제주는 제삿날이 같다.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른 채 죽었다. 마을 고구마밭에서 한날한시에 대량 학살당했다. 도륙당한 시신이 썩어 거름이 되어 고구마 크기가 베개처럼 컸다. 흉년이어서 먹을 것이 없어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인신문 | 선거가 코앞으로 닥쳤지만 양대 정당의 공천은 오리무중이다. 온갖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론조사로 경선을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대한민국은 여론조사 천국이다. 대통령·당 대표·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는 필수항목이 된 지 오래다. 여론조사가 당내 경선에 허용되는 것은 정당정치와 직접투표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당의 각급 선거 후보자는 자격요건을 갖춘 당원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 여론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선출은 정당의 대표적인 존립 기반인 후보 선출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다. 거대 양당은 공천을 계속 미루다가 선거일이 임박하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거나 이것조차 무시하고 단수로 공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일반 국민을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것은 당내 사정이니 시비할 것은 못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을 포함시키더라도 직접 투표를 통하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여론조사는 아침저녁으로 다르고 세대별로 다르고, 성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일견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여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 채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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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 기흥구 보라지구는 택지 지구임에도 상가 건물의 주차장이 거의 없어 주차난이 매우 심각합니다. 보라중학교 앞 도로(한보라1로)에 위치한 상가들을 이용하려면 주차 공간이 없어 수 십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나마 공영 주차장처럼 사용해 왔던 보라 파출소 옆 공터도 최근 보라동 주민센터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폐쇄돼 주민들은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상가지역 인근에 위치한 한보라1로64번길은 현재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대에 한시적으로 도로변 주차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도로를 주민센터공사가 끝날때까지 상시 주정차를 허용해 주시길 청원 합니다. 학교 앞이지만 등굣길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중앙에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은 상가 이용이 어렵고, 이쪽 상가들은 이용자 감소로 생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주민과 상인들을 위해 꼭 상시 주차를 허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용인신문 |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용인시는 현재 기준 4개 선거구에서 30명이 넘는 예비후보가 유력정당의 본선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예비후보 중 정작 본선에 진출할 유력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용인 정가에는 민주당·국민의힘 양대 거대 정당의 ‘전략공천’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소문의 진위는 곧 그 윤곽이 드러나고, 유령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다. 유독 용인지역이 무주공산이 된 이유는 언제부턴가 지역 토박이 정치인이 맥을 추지 못하고, 거대정당에서 내려보낸 이른바 '낙하산공천'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략공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불명예 퇴장하면서 용인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 전략공천 지역이 되었다. 양대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가 아니면 당선되지 못하는 지역 사정도 전략공천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했다.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는 양대 정당의 대표에게 정당 위주로 투표하는 용인 유권자들의 선택은 항상 전략공천의 유혹으로 작용해 왔다. 전략공천은 좋게 말하면 중량감 있는 인물을 중앙당에서 책임지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용인신문 | 동방불패(東方不敗)의 영원한 전설(傳說) 임청하(林靑霞) 1992년 ‘동방불패’(東方不敗)가 한국에서 개봉되면서 38세로 중년의 나이인 임청하가 한국의 무협영화 팬들에게 던진 충격은 그야말로 메가톤급이었다. 당시의 한국에서는 거의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임청하는 1954년 11월 3일 타이완(臺灣)에서 태어났다. 1973년 영화 창외(窓外)로 데뷔한 임청하는 동남아에서는 인기 절정의 여배우였다. 다만 한국의 홍콩영화 팬들은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수입되지 않아 얼굴이 생소했을 뿐이다. 동방불패에 이어 임청하가 출연한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1992),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 녹정기 2(1993) 등이 잇달아 수입·개봉되면서 당시 임청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는 당시에는 한국에 오기 전이어서 임청하의 영화는 DVD와 영화채널의 OTT를 통하여 감상했다. 세월이 비껴간 것 같이 이목구비가 반듯한 미모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동양 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절감했다. 특히 남장(男裝)의 중성적인 매력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임청하는 종초홍, 왕조현, 장만옥 등으로 대표되던 홍콩 여배우들을 압도했다. 4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30세밖에 돼
거미 조태명 검은 숲이 바람으로 샤워를 하면 거미는 거문고 줄을 조인다 현에 달린 이슬방울 튕겨내고 어제의 흔적을 지우며 오늘의 악보를 펼친다 촉촉한 바람을 구워낸 진액 심장에 발라 죽음보다 아픈 향기를 만든다 하늘로 통하는 길목에 허브 카페 열어 찾는 이와 죽고 사는 밀당을 한다 향에 취한 이가 그물에서 옷을 벗는다 거미는 슬픈 몸짓으로 줄을 타고 목덜미에 달콤한 작별의 키스를 하면 심장이 녹아내리는 짧은 사랑은 진다 한올 한올 지은 집에 빨간 새끼들 소란스럽다 식욕을 자극하는 줄의 파장 치명적 침샘 깨워 어미 몸을 녹여 서서히 삼킨다 몸집 키운 새끼들 바람줄 타고 숲으로 사라진다 하늘이 갈대로 숲길을 쓸고 가면 검은 산이 들판에 자리 펴고 앉는데 거미의 촉촉한 연주는 거문고자리 별 속에 이슬방울로 스민다 약력 2018년 『시와 소금』으로 등단 용인문학회 회원 (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행정학 박사
용인신문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이 도서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경험한 미술관 이야기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165~6쪽)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다. 그래서 도서는 친구 같은 책이다. 저자 브링리는 뉴요커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듯 했으나 형의 죽음이 그를 무기력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술관으로 갔다. 그리고 10년,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87쪽) 브링리는 평범한 시민으로 오롯이 예술과 만난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메트의 어떤 구역에서 작품을 보고 작품 설명을 살피고 작품 어디쯤 품고 있을 시간을 살핀다. 필자는 경비라서 관람객을 관찰하기도 하지만 전시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발견을 하기도 한다. 작품이 주는 슬픔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힘도 얻는다. “전시실을 찾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지켜보면서 우리
용인신문 | 핸드폰만 들면 시간이 사라진다. 쇼츠(릴스)를 주의해야 한다. 일을 하고 온 날이면 이상한 보상 심리 때문에 쇼츠의 늪에 빠졌다가 늦게 잠든다. 새로운 자극을 자꾸만 나에게 던져줘서 그런 것 같다. 손가락을 밑으로 쓸어내리기만 해도 새롭고 짧은 영상들이 나타난다. 10초 안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가차 없이 다음 쇼츠를 찾으러 내려간다. 관심있는 주제가 아닌 쇼츠들도 금방 안녕. 정신 차리고 나면 몇 시간이 흘러있다. 기분은 찝찝하고 억울하다. 소중한 내 시간 어디 갔어. 쇼츠가 나의 시간을 몇 번 훔쳐 가고 나서는 화들짝 나오는 것을 택했다. 탐색 탭은 클릭하면 안 돼! 다음으로 넘기기 전에 나와…!!! 아니면 30초씩, 1분씩 야금야금 나의 시간을 뺏기고 만다.
용인신문 | 시골 땅에서 괭이와 호미를 벗 삼아 흙을 일궈 씨앗을 뿌리며 세상 물정 모르도록 순박하게 살던 청년이 있었다. 그의 아비는 낙양 땅 작은 고을 현의 현령이다. 아비가 죽고 가세는 더 기울어 이름만 허울 좋은 황손가의 후손일 뿐, 가문은 으리으리하나 처지는 한미했다. 그런 그가 무武가 빛나는 황제라는 이름의 광무제가 되기까지는 민심이 있었다. “큰일을 하는 자는 작은 원한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직 민심의 향배만 따를 따름이라.”라는 옛말을 가슴에 새긴 탓일까. 그는 민심을 분명하게 읽어낸 것이다. 민심을 읽어낸다는 것은 고래로 권력에서 비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면 그 어떤 권력도 민심을 거슬려서 살아남은 권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이 민심을 일러 백성의 역린이라 부른다. 모인 것을 다 건드려도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심을 건드리면 건드림 당한 민심은 돌아서게 되어있다. 자유민주 국가라고 해서 그깟 민심쯤이야 했다가는 권력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가 있다. 국민은 앞선 권력 문재인 정권에서 두 눈 똑똑히 뜨고 본 기억이 있다. 본래 정치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은 권력이다. 권력에서 가장 센 것은 폭력이다. 폭력에서 가장 무서운
용인신문 |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변하지 않는 지지율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반, 이재명 대표의 (차기 지도자) 지지율은 20% 초중반에 갇혀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수치는 국민의 윤석열·이재명 피로감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반증(反證)하는 것이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것을 묵인할 때만 해도 수도권 판세는 민주당에 유리했던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이러던 것이 한 위원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용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국민의힘의 간판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약속 대련’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일반 국민은 고도의 정치공학적인 분석보다는 현상으로 드러난 것에 주목한다. 최근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는 배경에는 한동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여권 지지자들의 기대심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보수유권자가 한동훈을 새얼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죽으나 사나 이재명 대표의 얼굴로 총선에 임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자에게는
용인신문 | 22대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일 현재, 용인시 4개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31명. 아직 일부 인사들이 신당 출마를 검토 중에 있고, 여야 모두 전략공천을 위해 ‘제3의 인물’ 영입을 시도하고 있으니 실제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용인시 3개 선거구에 현역 의원 출마자가 없어서다. ‘무주공산’을 점령하기 위해 몰려든 정객들때문에 경선은 물론 본선전까지 수도권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용인시 선거구만 놓고 보면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시작된 경선전은 이미 본선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과열·혼탁 선거운동이 심각한 양상이다. 같은 당 소속 예비후보끼리도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등 도를 넘어 서고 있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선거의 상수로 수도권 전 선거구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가칭 ‘개혁미래당’인 이낙연 신당이다. 말도 탈도 많았던 신당의 의석 확보율이 얼마나 될지도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또 이보다 더 큰 이슈는 선거제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