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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시’ 300조 투자 믿어도 될까?

LOCAL FOCUS

언론마다 ‘용인 반도체 메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경영성과도 사업 추진의 변수다. 사진은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현장. <드론사진: 김성덕 본지 객원 사진기자>

 

삼성전자·SK 하이닉스, 장밋빛 청사진… 개발예정지 주변 땅값 폭등
이동읍·남사면 일대 국가산단 300조 투자 용두사미 가능성 경계해야
미국 반도체법, 한국·대만 생산시설 블랙홀… 용인 사업에 악재 우려
용인시·정치권 역할 중요 시민감시기구 만들어 실제 투자 살펴봐야

 

[용인신문] 용인특례시가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용인시와 지역 정치권 행동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2018년 용인 플랫폼 도시, 2019년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결정되면서 용인시는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언론마다 ‘용인 반도체 메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경영성과도 사업 추진의 변수다. 미국의 ‘반도체법’도 악재다. 용인의 백년대계를 판가름할 ‘대업’의 실상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용인시가 들썩이고 있다. 반도체 광풍이다.

 

논밭이었던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가 반도체 메카로 천지개벽한다는 뉴스가 지역 민심을 뜨겁게 달군다.

 

지난달엔 정부가 용인시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에 300조를 투자해 시스템반도체를 위한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 용인시 주장대로 세계 최강의 반도체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이로 인해 앞으로 20년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무려 400조 이상이 투입될 계획이다. 부동산가격을 제외한 실제 투자금액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용인시 입장에서는 역대 가장 큰 발전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 토지주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찬성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개발예정지 주변 부동산가격 폭등과 잇단 개발 호재도 지역 내 이슈다. 대규모 개발 호재가 발표될 때마다 시 전역에 관변 단체 중심의 환영 현수막이 게시된다.

 

국가나 공공기관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산업단지 조성은 비밀리에 추진되기 때문에 사실상 지자체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수의 토지주와 원주민들은 반대해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자체 역시 세수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개발보다는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주도의 개발을 선호한다.

 

용인시에 잇단 개발 호재가 따르는 이유는 수도권이라는 교통 지리적 장점과 토지보상이 유리한 절대농지, 그리고 개발이 쉬운 저지대의 임야가 많아서다. 물론 개발로 인해 잠식되는 농지가 많지만, 농지 잠식을 개발반대 이슈로 삼기엔 도시화 개발 광풍이 거세다.

 

# 해결해야 할 과제 ‘산 넘어 산’

현재 원삼면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토지보상이 끝난 상태에서 토목공사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이동읍과 남사면 일대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아직 발표된 게 없다. 시스템반도체 단지를 주도할 삼성조차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언론에 밝히지 않은 상태다. 개발예정지의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물론 용인시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이주대책문제, 해당 지역에 산재한 중소기업들도 갑작스러운 발표로 갈 곳이 막막한 상태다.

 

정부 계획대로 300조가 모두 투자되는 산업단지가 추진될 수 있을까. 국가산단을 주도할 삼성반도체의 사회공원기금 규모나 용인지역 발전을 위한 약속은 어떤 방식으로 받아내야 할지도 숙제다. 이번 사업이 끝날 때까지 민‧관 협의체 또는 시민감시기구 구성도 시급해 보인다.

 

세계 경제와 맞물려 통상 10년 주기로 바뀌는 세계 반도체산업의 사이클 변화도 간과할 수 없다. 자칫 국가산단을 빌미로 대기업의 땅장사를 위한 세제 특혜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가산단은 향후 20년간 계획된 것으로 정권교체로 인한 정치리스크나 기업리스크가 발생하면 당초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미 다른 도시에서도 보았듯이 국가사업도 차질을 빚으면 지역경제를 장기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더군다나 반도체 문제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메모리 반도체를 선점해온 삼성반도체나 SK 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적자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대만 TSMC가 시스템반도체를 석권한 상태에서 미국의 과도한 간섭과 대중국 관계 등도 불안요소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투자법’은 ‘용인 반도체 허브’ 계획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법’ 규제 완화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 민·관, 사업 실현위해 선제적 대응 필요

미국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최첨단 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심산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는 기업에 천문학적 지원금을 당근책으로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에 시설 증설을 막아 고사 시키고, 미국에 시설 투자를 끌어내 반도체 공급망을 움켜쥐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대란이 불가피하다. 사업성까지 위협받는 초대형 악재다. 중국시설 철수와 미국에 증설이 맞물리면서 ‘용인 반도체 허브’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기회의 땅’이, 장시간 사업이 표류해 재산권만 피해를 보는 ‘저주의 땅’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만큼 사업 계획도 예측 불허다,

 

그래서 용인시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지역도 살고 주민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예측 가능한 사업성 확보다.

 

지금이라도 용인시와 정치권이 나서 ‘반도체 허브’ 사업 계획이 축소되거나 백지화되지 못하도록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계획안에 대못을 박아야 한다.

 

이와 함께 민‧관 협의체 또는 시민감시기구를 만들어 연차별 사업 진행 상황을 진단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해당 기업의 투자 프로세스도 공식적으로 요구해 사업의 투명성 확보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