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논어 · 맹자 · 중용 · 대학을 일러 ‘사서’라 한다. 조선 시대 선비라면 누구를 무론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 하는 인생 교과서였다. 특히 이 중 대학은 말이 좋아 책이지 글자 수라야 천칠백 여자 남짓,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중량감은 실로 여타의 이론이 없다.
곧,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엄청난 문장이 있어서다. 풀어쓰면 이렇다. “몸을 닦고, 그다음에는 결혼하여 가정을 잘 이루고, 그런 다음에는 나라를 다스리고, 그런 다음에는 천하를 편하게 하라”는 게 그 골자다. 이 말은 남자의 인생을 압축해 놓은 거다. 남자 인생의 시작은 공부에서 시작되어 백성을 다스려 천하를 이롭게 하는 데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치국과 평천하에 뜻을 두고 공부하는 것은 남자로 태어난 자들의 숙명과 같은 거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천하에 뜻을 두고 공부하는 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옛날 강호의 어느 싯구는 이렇다. 남자가 뜻을 세워 고향을 떠났거늘 공부를 이루지 못하면 살아서 고향 땅 밟지 않으리. 지금은 이런 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사대보험 되는데 취직만 해도 인생 성공한 것으로 아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짧고, 가벼운 세상이 된 것이다.
정치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다. 수많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고 더 많은 사람이 장관, 차관, 고을 수령을 지냈으나 국민의 삶이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이가 몇이나 되랴. 쉽게 말해서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모른다는 거다.
중용에 노나라 군주 애공이 공자께 정치를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길 옛 선왕의 정치는 책에 기록되어있으니 이를 공부한 사람이 정치하면 정치가 흥하는 거고, 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정치하면 정치는 죽 쑤는 거다. 그러므로 정치의 성패는 사람에게 있다. 본래 정치의 시작은 조화를 이루는 데서 시작하여 나라 안 모든 백성에게 골고루 잘 먹고 잘살게 하는데 그 끝이 있는 거다. 물론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든 백성을 다 잘 먹고 잘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은 정치해서는 안 된다. 투표할 때 국민 개개인에게 표를 얻었으니까 국민 개개인 모두를 돌아보는 것이 옳다. 그것이 힘들고 자존심 상한다면 관두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