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요임금이 은자 허유에게 “천하를 맡아 다스려달라” 부탁을 하니, 허유는 “들어서는 안 될 소리를 들었다.”며 산속으로 달아나서 귀를 씻었다. 순임금이 벗 북인무택에게 “천하를 맡아달라”고 하니, “나는 천하를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탕왕은 세속을 떠나 사는 은자 무광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니 무광은 스스로의 부당함을 말하는데 “임금을 폐하는 것은 의가 아니며, 백성을 잘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이 아니며, 백성은 어려움을 겪는데 나만 이득을 누리면 청렴이 아니며, 내가 바르지 못하면 녹을 받지 않아야 하며, 세상에 도가 없다면 그런 땅에서는 흙도 밟지 않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천하에 인재가 많거늘 하물며, 나 같은 것을 임금으로 삼겠다니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돌을 이고 여수라는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또 은자까지는 아니어도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되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학식을 펼치며 일민逸民으로 사는 기타紀他는 혹여 자신에게도 왕 노릇 하라고 부탁할까 두려워 제자를 거느리고 관수 강 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도의 직위에서 물러나 은거하고 있던 적이라는 사람은 돌을 이고 황하에 몸을 던졌다 한다. 옛사람이 천하를 마다한 까닭은 어디에 있는 걸까. 문왕이 물었다. “어찌해야 천하 백성들이 돌아옵니까?” 태공이 답한다. “천하는 임금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며, 천하 모든 백성들의 천하입니다. 그러므로 이로움을 백성들과 함께하는 임금은 천하를 얻을 것이며, 이로움을 임금 혼자 갖는다면 천하를 잃을 것입니다.” 그렇다, 천하는 임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 이를 모를리 없을 작금의 현대인은 천하를 누군가의 천하로 여기며 누군가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양혜왕의 말처럼 소유를 훨씬 넘어선 권력이 주는 맛과 주변인의 이익을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일은 권력이기도 하다. 그간 불에 타다만 장작개비 같은 ‘우농의 세설’을 긴 인내로 읽어주신 강호제현께 감사드리며, 은빛 칼날 번득이는 촌철살인의 시론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열상의 강호에서 우농 송우영 큰절.
※ 지난 2022년부터 11년간 연재해온 우농 송우영의 <우농의 세설>이 이번호로 종료됩니다. 우농 선생의 글은 <시론>을 통해서 다시 만나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