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오랜만에 한강에 갔다. 한 주 만에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잔디밭에서 또치가 지칠 때까지 공을 던져주었다. 난 뛰지 않는데 내가 먼저 지칠 뻔했다.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므로 부지런히 나들이하러 다니지 않으면 놓친다. 나들이하러 갈 짬이 나지 않으니 더 자주 걸어야겠다. 이번 가을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
[용인신문] 오랜만에 한강에 갔다. 한 주 만에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잔디밭에서 또치가 지칠 때까지 공을 던져주었다. 난 뛰지 않는데 내가 먼저 지칠 뻔했다.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므로 부지런히 나들이하러 다니지 않으면 놓친다. 나들이하러 갈 짬이 나지 않으니 더 자주 걸어야겠다. 이번 가을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
용인신문 | 중미 과테말라는 남미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잠시 들러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간당 수업료도 저렴한 편이고, 다른 남미 국가들보다 표준 스페인어 발음을 쓰고 말도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안티구아에서 수업을 들으려다가 아티틀란 호수 물가가 도시보다 저렴하고, 친구가 집에서 지내도 된다고 해서 여기서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하루에 4시간씩. 오랜만에 공부하려니 어색했다. 그래도 혼자 하는 그것보다 빠르고 선생님이 확실하게 헷갈리는 부분을 짚어주셔서 5일 만에 많은 단어를 외웠다. 스페인어는 주어에 따라서 동사가 모두 변화해야 한다. 나, 너, 그녀, 그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어려웠는데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새로운 문화에 초대되는 것과 비슷하다. 여행하며 말이 안 통해서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꾸준히 공부해 가며 언어를 늘리고 싶다.
용인신문 |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있는 시장에 들렀다. 매일 열리는 시장은 아니고,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이라고 한다. 덕분에 지붕은 없지만 상설시장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4인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한가득 샀는데도 3만 원을 넘지 않는다. 시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등짐 가득 지고 지나다니는 짐꾼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보따리 상인들, 과일상인들…정신이 없다. 둘러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띈다. 여기도 한국 재래시장처럼 과일을 잘라놓고 “우리 과일 맛있어요~잘 익었어요” 한다. 관심을 보이면 한 조각씩 잘라주며 먹어보라고, 달다고 호객을 한다. 게다가 “망고 세 개 오솔~~”하는 발성은 마치 ”수박이 만원 참외가 오천 원“하는 발성과 똑같다. 아주머니들이 허리춤에 하나씩 매 놓은 치마에는 주머니가 달려있어 거스름돈이 거기서 나온다. 어떻게 거의 지구 반대편 나라인데 이렇게 비슷할까? 할머니 따라 나온 아기의 눈망울이 똘망똘망하다.
용인신문 | 아티틀란 호수는 첫날의 감정처럼 매일 봐도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렇게 차분하고 특별한 장소일 줄은. 체 게바라의 꿈을 흔들고, 생텍쥐페리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곳. 어린 왕자의 첫 그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정말 꼭 닮은 산이 있다. 오 정말! 똑같다!!! 하루는 그 산에 트래킹을 갔다.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거의 한 시간 반을 올랐다. 오르던 중 길을 잃어서 정상에 있는 깃발 쪽으로 나무들을 헤치고 올랐다. 정상에서 보는 호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가 커서 반대편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룻배를 타고 이 호수를 오갔겠지. 점심으로 싸온 물고기와 망고를 맛있게 먹었다. 이 물고기도 이 호수에서 잡힌 물고기다. 소스와 함께 구워서 바나나잎에 싸서 하나에 2000원 정도에 판다. 또르띠야와 함께 먹으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가져오지 않았다. 생텍쥐페리는 이 호수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왜 큰 세 개의 화산이 아니라 이 모자 모양의 산이 어린 왕자에 등장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용인신문 | 아티틀란 호수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방금 멕시코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과테말라에서 처음 타는 로컬버스였다.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간다. 벌써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공기가 느껴진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 과테말라를 좋아할 거라는 걸. 푸른 나무들이 차창을 스쳐 지나간다고, 안개가 서서히 끼기 시작했다.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와- 조용한 탄성이 나온다. 고요한 물결, 이렇게 높은 곳에 호수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세 개의 화산이 구름모자를 쓰고 호수를 감싸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멋졌다. 아직도 마야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마을에서 보낼 앞으로 며칠이 기대된다.
용인신문 | 멕시코 국경을 지나 세 시간 정도 달려서 아티틀란 호수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길목에 내렸다. 미국에서 수입된 은퇴한 스쿨버스들이 색색의 옷을 입고 운행하고 있다. 노선에 따라 같다거나 하지 않고 버스마다 다르다. 개성이 뛰어나다. 긴 의자가 앞자리에 다리가 닿을 정도로 촘촘하게 개조한 버스는 한자리에 두 명이 앉기엔 좀 넓고 셋이 앉기엔 자리가 부족하다. 여기에 사람이 타고 내리며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린다. 그들이 가지고 탄 짐들로 버스는 짐칸까지 만석이다. 가끔 도시에 멈추면 과자와 음식을 팔러 좁은 복도로 상인이 올라와 시장통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닭 실어놓은 버스마냥 빽빽하다고 치킨버스, 그러니까 닭장 버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산길을 달리면서 속도를 내는 운전기사님 덕에 몸이 좌우로 흔들려도… 색색깔의 옷을 입고 차에 타고 내리는 여성들 구경하느라 나는 바쁘다. 그 옷감을 짜는데 최소 2개월, 문양이 있다면 훨씬 오래, 거기에 빼곡히 놓은 수까지 하면 얼마나 걸렸을까 상상하면서. 한 할머님은 이 옷 만든 지 10년 됐다고 하며 보여주셨다. 멕시코에서도, 여기서도 느끼는 건 먼저 인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