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과거를 이야기하는 방식 중에서 앤드루 포터의 방식은 독특하다. 한 사람에 안에 머물렀던 또 다른 사람의 만남을 기억하고, 느낌을 공유하고, 그의 떠남 속에 부유한다. 주인공의 부유함 속에는 그의 곁을 떠난 어떤 존재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 느낌을 끌어올리는 것, 남은 이들 곁에 있는 사라진 존재의 빈 자리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부유와 슬픔의 목적은 무엇일까?
중년의 주인공은 “어쩐지 큰 목적에서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으로 산다. 자신은 가정이 있지만 친구들은 없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고 친구들 모임에서 일찍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아내가 있는 것인지 꿈에서 아내를 본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인공. 그는 옛 애인을, 옛 동료들을, 친구들을 생각한다.
한번은 떠들썩하게 손님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던 옆집 노인 테리사를 기억한다. 테리사와의 저녁식사는 열기로 가득했다. 그 열기는 저녁 식사 때문인지 테리사의 태도 때문인지 테리사가 자랑스레 식탁에 내놓은 매운 고추의 맛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어느 때는 갑자기 실종된 친구를 기억하는 주인공은 친구의 남은 짐을 정리하며 그가 남긴 집을 다시 바라보며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 버렸을지.”(126쪽) 주인공처럼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퇴행처럼 보이지만 실은 개인의 불안과 고독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