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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서파 류희 ‘물명고’ 쉽게 풀어 쓴 ‘물명고 역해’ 출간

한국학중앙연구원 11년 걸린 역작
1~13권 해설·14권 원문·15권 색인
일부 물명은 ‘실물 이미지’도 실려

 

 

용인신문 | 우리나라 100대 한글 문화유산(2002, 문화관광부)으로 선정된 서파 류희(1773~1837) 선생의 ‘물명고’를 역해한 ‘물명고 역해’ 총 15권이 출간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난 2014년부터 작업에 들어가 장장 11년 만에 출간한 역작이다.

 

1권부터 13권까지는 해설이고, 14권은 원문, 15권은 색인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물명은 실물 이미지(주로 본초강목 및 조선어학회 큰사전에 실린 삽화)를 제공했다.

 

물명고는 조선 후기에 물명 9200여개를 수집한 어휘집으로 주석에 사용한 언문(한글)이 1600여개에 달해 국어어휘와 조선 후기 풍속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알려져왔다. 류희는 물명고를 유정류와 무정류로 분류해 사물의 존재론적 특성을 체계화하려는 분류의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이번 ‘물명고 역해’에 참여한 저자는 황문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김건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명예교수), 김덕수(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책임연구원), 김동석(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 전임연구원), 김봉좌(성신여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 김정민(한국국학진흥원 객원연구원), 박부자(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박용만(충북대학교 우암연구소 전임연구원), 안장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이화숙(대구가톨릭대학교 성인학습지원센터 연구교수), 조영준(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 조정아(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연구교수), 황선엽(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등 전국에서 물명고를 연구하는 학자 13명이 참여했다. 물유정류(羽蟲, 獸, 水族, 昆蟲), 물무정류(木, 草) 물부동류(土, 石, 金), 물부정류(火, 水)로 나누어 역해했다.

 

지난 2005년 진주 류씨 문중이 류희의 저술(문통 총119책) 일체를 물명고 2종과 함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했고, 이번 역해서는 장서각에 소장된 물명고 2책(乾·坤)을 대상으로 추진됐다. 총 13권에 이르는 해설편의 규모가 놀랍고 원문편과 색인편 등 부록까지 갖춰 독자들이 활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안병우 원장은 “유희의 물명고는 어려운 한문과 생소한 고어로 돼 있고 ‘사물의 이름’ 곧 ‘물명’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다뤄 일찍부터 난해한 책으로 알려졌다. 그 난해함으로 인해 물명고는 특정 분야에서 소수 전문가만 활용하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역해는 어려운 한문으로 된 물명고를 현대어로 번역하고 물명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달아 그간 난해함에서 빚어진 접근성의 한계가 해소됐다”고 출간 의의를 밝혔다.

 

이번 ‘물명고 역해’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물명고’(장서각본) 원문 입력 및 번역 작업으로 물명고 역해의 집필이 처음 시작됐다. 당시 물명고 번역서가 없던 때라 일단 번역 작업을 먼저 착수했고, 그 후 2017년부터 5년간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조선 후기 물명 집성과 DB 구축’ 연구 사업을 수행하면서 물명고에 수록된 물명 전체의 번역과 해설을 동시에 수행하는 역해 작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편집 교정 과정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됐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역해 1~13권까지의 해설편은 물명고 원문을 현대어로 번역해 물명고에 수록된 물명(한자명과 한글명)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했다. 내용을 파악하기 쉽게 원문을 적당한 분량으로 나눈 가운데 ‘원문-현대어역-해설’이 차례로 이어지는 체제를 취했다.

 

원문을 소개할 때는 이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이본 대비로 빠짐없이 소개했고, 해설은 대상에 따라 한자 표제어, 한글 대응어, 한자 유의어로 나누어 수행했다. 명칭의 유래나 의미에 대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색인편은 물명고에 수록된 물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한자명 색인, 한글명 색인, 현대어 색인을 별로로 했고 특히 한자명 색인은 원문을 나란히 제시했다.

 

집필진을 대표해 황문환 교수는 “2014년부터 출판되기까지 류조호 진주 류씨 대종회 회장과 류기춘 진주 류씨 목천·진사공파 종친회 회장을 비롯해 김연순, 박경수, 박꽃새미, 원흔 선생의 한자명 해설 관련 원문 교열, 이본 대비 관련 원문 교열, 이은규 교수, 신현철 교수의 논저 및 미간행 원고 제공 등 실로 많은 분들의 헌신과 도움이 있었다”며 “향후 연구에서 문헌을 통한 명칭 연구와 자연과학 분야에서 주로 수행되는 실물 연구를 융합적으로 연구해 ‘물명의 문화사’ 같은 영역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