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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싸움과 허무

 

 

용인신문 | 일상에서 멘탈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 오더라도 일상을 유지하게 만든다.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아를 지켜내게 만드는 안정된 멘탈은 승부사들에게는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승부』는 어떤 챔피언의 무너진 멘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체스 챔피언 장은 도대체 승자다운 오라(aura)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 도전하는 젊은 도전자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은 도전자가 풍기는 외모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챔피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득찼다. 더구나 대결의 날이 나폴레옹이 전투에 졌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날이었다. 경기가 이어지고 챔피언 장은 젊은 도전자의 과감한 수에 엄청난 고민을 하며 경기를 이어간다.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체스를 모르더라도 한 수 한 수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장이 생각하는 속마음을 관찰하는 과정이다. 젊은 도전자의 무심한 경기 진행에 장은 깊은 의미를 두고 이리저리 작전을 고민한다. 마지막 순간 별 의미 없이 던진 도전자의 수에 장은 경기에서 이겼음에도 멘탈이 무너지고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장에게 오는 시련은 현대인이 겪는 허무와도 연결된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경우를 머리에 그리며 생에 임하지만 뜻하지 않은 도전은 우리네 삶을 허무하게, 비참하게 만든다. 젊은이의 무의미한 행위가 장을 흔들었던 것처럼 생의 의미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