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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80여년 인생 담아낸 시어… 가슴 뭉클

김어영 시인 두번째 시집 ‘머위 잎 속의 식구들’

 

용인신문 | 김어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머위 잎 속의 식구들’을 별꽃시 09로 펴냈다. 지난 2010년에 첫 시집 ‘청춘이 밟고 간 꽃길’을 펴낸 이후 10년 만이다. 80이 넘은 노년의 시인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삶을 시로 피워낸 것이어서 감동이 더욱 크다. 시를 읽다 보면 때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뭉클해지기도 한다.

 

이경철 문학평론가(전 중앙일보 문화부장)는 “김어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참 쉽고도 재밌게 읽힌다. 더할 것도 뺄 것도, 높일 것도 낮출 것도 없는 마음 그대로를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누구든 읽고 고개 끄덕이며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시의 요체는 서정敍情이다. 문자 그대로 살며 부대끼며 느낀 정을 그대로 풀어놓는 것이다. 동양 최고의 시선집 ‘시경詩經’을 엮으며 공자가 시를 한마디로 정의한 ‘사무사 思無邪’처럼 삿된 마음 없는 정을 풀어놓아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 시다. 날로 독자를 잃어가고 있는 작금의 시단에서 김 시인의 시편들은 쉽고 솔직해서 감동적으로 잘 읽혀 좋고도 귀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내가 시골에서 머위 잎을 가져왔다/ 늦은 점심에 삶아주며 먹으란다/ 머위 쌈을 펼치니 옛날/ 아녀자가 두르던 열두 폭 치마다// 가운데에는 어버이가 좌우에는 자녀가 둘러 있고/ 그 밑으로 손자들까지 퍼져 있다/ 옹알이하던 밥알을 한 숟갈 올려놓고/ 한 방에 득실거리던 체취의 된장을 얹어놓는다// 늘 맑게 살라는 가훈과 함께/ 어버이를 깊숙이 모시고/ 아들딸을 접으며 마지막으로/ 세상을 들어 올릴 손자들로 여민다// 한 생애를 살아온 삶을/ 입에 넣으려고 쳐드니 뭉클해/ 차마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오월이다// 기억도 선명한 어머니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소리 없이 씹는데도 아프다 하시는 것 같다/ 열둘을 키우며 아픔을 안으로만 삭였을 것이다// 넌지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시 ‘머위 잎 속의 식구들’ 중)

 

이은규 시인은 “김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다양한 서사가 담겨있으며, 특히 표제시 ‘머위 잎 속의 식구들’에는 다양한 서사가 상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면면이 이어진 한 생애에 대한 뭉클함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미래로부터 도착한 뭉클함으로 머위쌈은 오래 고담하다”며 “이번 시집을 통해 오래 고담한 시간으로의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일상의 한 장면을 역동적으로 잡아내며 시인 자신을 온 몸으로 내던지는 시도 있다고 이 평론가는 말한다.

 

“하수구 입구/ ‘위험’ 표지판이 붙어 있다/ 사람이 구부리고 들어갈 수 있는 큰 구멍으로/ 라일락 향이 들어간다/ 들쥐가 들어간다/ 들고양이가 들어간다/ 발길 돌리려는 순간/ 발버둥 치는 쥐의 몸부림/ 라일락 향기에 취한 발걸음이 비틀거린다”(‘시 기다림’ 전문)

 

이 평론가는 시 ‘기다림’은 짧은 시인데도 울림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김 시인은 지난 2007년 ‘용인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용인문학회, 성남탄천문학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