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4 (화)

  • 구름조금동두천 -0.4℃
  • 구름조금강릉 4.2℃
  • 구름많음서울 2.5℃
  • 흐림대전 3.8℃
  • 구름많음대구 6.4℃
  • 구름많음울산 6.3℃
  • 구름많음광주 5.0℃
  • 구름많음부산 8.1℃
  • 구름많음고창 2.3℃
  • 구름많음제주 10.1℃
  • 구름많음강화 0.3℃
  • 흐림보은 2.8℃
  • 구름많음금산 3.7℃
  • 구름많음강진군 6.0℃
  • 구름많음경주시 2.0℃
  • 흐림거제 9.0℃
기상청 제공

풍요·안녕 빌던 제단… 조선 생활사 ‘열쇠’

LOCAL FOCUS-사직단과 여제단

 

 

용인신문 |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일제강점기에 사라졌던 양지현 여제단이 117년 만에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서 발굴되어 역사·향토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직단과 함께 발견된 것은 전국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며, 수도권에서는 최초의 발견이다. 이는 조선시대 제례 및 신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며, 특히 여제단은 당시 사회의 질병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다. 하지만, 발굴 이후 유적 훼손 우려의 목소리와 보존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편집자 주>

 

용인신문이 지난 호에 단독 보도(1437호 6면)한 양지현 ‘사직단·여제단’ 발굴의 가장 큰 의미는 두 개의 터가 쌍으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사직단(社稷壇)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고, 여제단(厲祭壇)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나 역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위로하기 위한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그런데 두 제단이 함께 발견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매우 드물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처음이다.

 

특히 조선시대 각 고을에 설치되었던 중요한 제례 시설인 ‘여제단’은 역병 예방과 관련된 국가적인 제례가 행해졌던 곳으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양지현은 현재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일대로 조선시대 용인 지역의 중요한 행정 중심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양지향교 외에 수 많은 문화유산들이 훼손되거나 잊혀졌다.

 

 

 

 

# 고문헌 속 역사의 실체 확인

양지현의 사직단과 여제단은 1908년 일제에 의해 철폐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그 정확한 위치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경남시민문화네트워크 조현근 사무국장이 용인신문에 제보를 하면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 산 100번지와 101번지에서 위치가 최초로 확인됐다. 조 사무국장은 1872년 지방지도, 1899년 양지읍지, 1913년 임야조사부, 1919년 임야원도 등 고문헌과 번지수가 표기된 임야대장, 지도를 종합적으로 제시, 고문헌 속 ‘관문’이 양지현 관아를 의미함을 밝혀내며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특히 여제단 위치는 현 양지지구 지구단위계획사업구역에 포함된 곳으로 해발 278.2m의 태봉산 자락으로 현 양지초교 인근이다. 용인신문을 통한 용인시 지시로 양지지구 2블럭 지역주택조합이 (재)기호문화유산연구원에 의뢰, 595㎡ 표본 조사 지역을 조사한 결과 제보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 다양한 유물 출토…보존 논란

발굴단의 정밀 조사 결과, 먼저 여제단 터에서는 조선시대 축대 1기와 함께 분청사기로 만든 코끼리 모양 술잔 조각, 백자 궤, 백자 접시, 기와, 토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지금까지 여제단에서 이같은 제례 유물이 발견된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시 여제단 제례의 모습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민속학과 향토사 연구에서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인영 전 용인문화원장은 “제를 주관하는 수령의 동선, 제례 행위, 주변 환경 등 여러 의미에서 민속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발굴 이후 여제단 터의 보존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분묘 이장 등으로 주변 일대가 훼손이 심하고 축대만 나왔다는 이유로 발굴보고서 작성 후 여제단 터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향토사학계는 “희귀한 여제단 터를 보존하지 않고 도로를 내어 없애는 것은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근 사무국장은 “용인시의 결단에 따라 양지현의 역사가 묻힐 수도, 새롭게 조명될 수도 있다”며 용인시의 적극적인 보존 노력을 촉구했다.

 

# 향후 기대와 전망

아직 미발굴 상태인 사직단에 대한 발굴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양지현 사직단과 여제단의 전체적인 규모와 형태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향토사학계는 양지현 여제단과 사직단이 복원될 경우, 역사문화지구 형식으로 발전시켜 용인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양지현 여제단 발굴은 사라진 역사를 되찾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용인시의 현명한 결정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