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아동 연령대 초등생이 최다
전국 최초로 ‘집중 케어 서비스’
위험 징후 보이면 선제적 조치
‘통합 솔루션팀’ 긴밀한 협력망
조사 전담 ‘아동보호팀’도 운영
24시간 신고 접수·신속한 출동
용인신문 | 용인시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의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인시 아동보육과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 대한 ‘사랑의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동학대 신고자의 대다수가 피해 아동 본인이라는 점은, 부모와 자녀 간의 학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용인시 아동학대 판결 총 279건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무려 255건(91%)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역시 총 210건 중 175건(83%)으로 높은 비중을 나타내 우려가 크다. 이는 친인척 및 제3자에 의한 학대 건수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지점순 용인시 아동보육과장은 “학교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아동 인권 존중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연평균 신고건수는 약 650건이며, 이중 실제 학대로 판단한 건수는 약 40%인 260건으로, 학대로 판단되지 않은 신고 건수도 60%를 차지하는 만큼 학대 신고가 남용되지 않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통상적으로 인구수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용인시 내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기흥구의 학대 건수가 2023년 123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2024년에는 기흥구의 학대 건수가 86건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피해 아동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만6~11세)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영유아(만0~5세)는 인지 능력 부족으로, 중고등학생(만12~17세)은 자녀의 성장으로 인해 학대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동학대의 재발 가능성이다. 2023년 전체 신고 건수 654건 중 재신고 건수는 102건(15.5%), 2024년에는 636건 중 113건(17.7%)으로 재신고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용인시 아동보호팀이 밝힌 학대 사례는 더욱 충격적이다. 아동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긴급 상황은 물론, 계부에 의한 성학대, ADHD 아동에 대한 친부의 반복적인 체벌, 친모의 알코올 의존 및 우울증으로 인한 아동 방임 등 그 유형과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용인시 독보적 아동학대 정책
이러한 심각한 상황 속에서 용인시는 전국적으로 독보적인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정책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2023년 6월부터 용인시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아동학대로 판단되지 않더라도 위험 징후가 보이는 아동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집중 케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지점순 과장은 “아동학대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재학대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전문 상담사를 투입, 심리 검사, 치료 등 가족 관계 회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용인시의 선제적 노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용인시는 자체 사업으로 ‘통합 솔루션팀’을 운영하여 지역 내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되거나 분리 보호 후 가정으로 복귀한 아동을 고위험 사례로 분류, 용인시 아동보호팀, 용인동·서부경찰서, 용인시아동보호전문기관, 용인시세브란스병원, 용인시교육지원청 등 유관 기관이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솔루션팀은 재학대 차단을 위해 월 1회 점검 회의와 분기별 사례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연말에는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한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전문성을 갖춘 아동보호팀 대 활약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은 2021년부터 민간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용인시는 이에 발맞춰 아동학대 조사 전담 부서인 아동보호팀을 신설, 공공화에 적극 나섰다. 팀장을 포함한 9명의 아동보호팀은 사회복지 전문 공무원과 정신보건 및 아동복지 분야 전문 유경험자로 구성돼 아동학대 조사 및 피해 아동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용인시 아동보호팀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24시간 신고 접수 및 응급 출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2인 1조의 재택 당직 근무조를 운영하고 있다. 용인 동·서부경찰서와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신고 접수 시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여 가해자로부터 아동을 분리하고 보호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팀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1인당 월 7~8회 대기조로 편성되고, 당직 시 장거리 여행이나 거주지를 벗어나지 못해 피로감을 호소하며, 심지어 아동학대 범죄 피의자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과중으로 인한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한 소진 예방 상담 지원 및 당직 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사랑의 매’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학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 교육과 함께 아동보호팀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