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광교산 등산로에 용인시와 수원시가 경쟁하듯 똑같은 장소에 각각 이정표를 설치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둘레길을 알리는 표식까지 더해져 산을 오염시키는 모양새다. 이는 등산객이 많이 붐비는 시루봉에 이르는 양 자치단체 경계에 유독 많이 설치돼 있다. 뿐만아니라, 두 이정표는 똑같은 지역에 대한 거리정보를 달리 표기해 등산객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오정표로 불리고 있다.
원래 이정표는 삼거리나 사거리 등에 설치해 방향과 거리 등을 알려주지만, 두 자치단체는 이와 무관하게 같은 장소에 두 개씩 세우거나, 약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세우는 등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양 자치단체가 똑같은 지역에 대한 거리도 많게는 100~200m 차이가 나기도 한다. 수원은 위치명까지 틀리게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각 자치단체가 설치한 이정표에는 자신의 관할구역만 안내하고 있다. 용인 이정표에는 용인 관할인 천년약수터만 안내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광교산에는 산 전체를 안내하는 종합 등산로 안내판이 한 개도 없이 용인종합안내판과 수원종합안내판만이 따로 존재할 뿐이다.
광교산은 행정구역상 용인시와 수원시, 의왕시 등 3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으나, 유독 용인시와 수원시 간에 광교산을 대상으로 한 경쟁이 치열하다.
안강현 광교산문화포럼 회장은 “광교산을 거의 매주 한 차례씩 오르고 있는데, 광교산이 두 동강 난 느낌입니다. 여기는 내땅이라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부러 비교하기 위해 2주 전에 청계산에 다녀왔는데 성남시와 과천시, 서초동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지만, 산에 들어가면 행정구역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오롯이 청계산을 느낄 뿐입니다. 이정표는 어느 한 곳이 세웠으면 다른 곳은 안 세웠고, 꼭 필요한 곳에만 있었죠. 산 전체 등산로 안내판도 여럿 있었구요”라며 본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용인시 행정 구역 내에 이정표가 필요 이상 촘촘하게 세워져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정보 또한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 등 필요 정보가 아닌, 성당, 주민자치센터 등 등산객에게 전혀 불필요한 정보가 표기돼 있고, 방향이 틀린 것도 있다.
한편, 최근에 수원시가 용인시 구역인 시루봉 정상에 경기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워놓았다가 민원 제기로 철거하는 헤프닝까지 벌였다. 시루봉 정상에 설치된 데크를 잘라내고 콘크리트를 부은 후 철기둥을 박아 단단히 고정했다. 수원시는 이정표를 친환경 목재대신 알록달록한 철기둥을 이용하고 있어 흉물스럽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수원시의 정상 표지석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90년대에 광교산 시루봉과 형제봉 정상에 수원시가 화성(수원에 있는 성곽) 모형의 표지석을 세웠다. 상단엔 광교산, 하단부엔 수원시라고 썼다. 당시 본보가 향토사학자들과 강력히 항의했음에도 반응이 없다가 결국, 국립지리원 등의 지적도를 제시한 후 헬기를 동원, 거대한 표지석을 제거한 바 있다.
광교산 정상은 시루봉(582m)이다. 용인 수지구 고기동 산58-1번지이고, 형제봉 정상도 용인 땅이다. 그런데 수원시는 광교산 전체가 수원 행정 구역인 양, 주인 행세를 했었다.
안 회장은 “막상 광교산 면적과 봉우리가 몇 개인지 전체적인 현황 파악은 어느 곳도 하지 않았다. 용인시나 수원시, 산림청, 국토지리원, 심지어 AI도 모른다. 다만 수원시의 경우는 광교산의 수원 면적만 나와 있다”라며 광교산에 대한 형식적인 사랑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