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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흔적들… 거대한 박물관

LOCAL FOCUS_양지면 ‘역사의 보고’

 

사라진 양지현 관아 디지털 체험
일제 수탈 협궤열차 철로 산책길
친일파 송병준 별저터 산교육의 장
‘은이성지’ 세계적 종교 관광지화

 

용인신문 | 최근 조선시대 양지현의 흔적이 남아있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양지면행정복지센터가 위치한 양지리는 과거 양지현의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양지향교와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과거로 향하는 시간의 문을 열어준다. 1872년 제작된 양지현 지방지도를 통해 옛 관아, 사직단, 여제단, 객사 등의 위치를 가늠해 보며 100여 년 전 양지현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잊혀진 역사, 희미해진 기억

일제강점기 이후 양지현 관아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옛 흔적은 사라지고 기억 속에서만 희미하게 남아있다. 최근 발굴된 여제단터마저도 보존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양지면은 역사 유적의 보고이다. 일제가 곡물 수탈을 위해 양지를 가로질러 달리던 협궤열차 수여선 철로가 곧게 뻗은 송문리 신송로 도로 아래 잠들어 있다. 또 추계리에는 정미칠적 중 하나이며 일진회장이었던 친일매국노 송병준의 99칸 별저터 앞 연못 영화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화지는 조선시대 민간 정원으로 경기도 지방의 민간 정원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며, 전통정원 조성기법에 의해 축조된 구조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병준의 친일 행적을 상징하는 영화지를 역사공원으로 만든다면 독립운동의 산 교육장으로서도 활용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구 용인문화원 친일 잔재 상징물 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팔굉일우(八紘一宇)비와 현감 송병준 선정비, 송병준 아들인 백작 송종헌 영세 기념비 등 3점의 일제 잔재는 당초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견됐다. 그밖에도 추계리에는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이 있고, 양지리조트를 비롯해 현대적인 관광 시설 또한 풍부하다.

 

이와 함께 용인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용인, 역사종교문화여행의 시작’은 오는 2027년 가톨릭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개최될 때 양지 지역 종교문화 유적지를 활용한 관광사업 활성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주교 최초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은 상해 김가항 성당이 이전 복원돼 있고, 최초 사목한 은이성지를 비롯해 어린 시절 살던 골배마실 성지 등에 역사와 스토리를 접목한 관광콘텐츠를 부각시켜 세계가톨릭청년대회 측으로 하여금 교황의 용인 방문 당위성을 홍보해 나간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수원 화성행궁, 복원의 성공 사례

수원 화성행궁은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지도층의 결단력으로 복원되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양지면 또한 화성행궁의 성공 사례를 거울삼아 옛 모습을 복원하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문화 공간 조성은 단순한 관광 상품 개발을 넘어 용인 시민의 정체성 확립과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고, 흩어진 시간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노력을 통해 양지면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역사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다.

 

하지만 현재 모습만 본다면 허황된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때 용인의 중심지이자 정체성을 담아냈던 도시, 양지면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양지면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상상해 본다.

 

△양지현 관아 복원: 옛 지도와 자료를 바탕으로 관아를 복원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관아 터였던 곳에 세워진 해밀도서관 주변을 정비하고, 1872년 양지현 지방지도에 표시된 동헌, 객사, 사직단, 여제단 등의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판을 설치하여 방문객들이 옛 양지현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수여선 철로 활용: 옛 철로를 따라 역사 산책로를 조성하고, 증기기관차를 재현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신송로 아래 묻혀있는 수여선 철로의 일부 구간을 발굴하여 전시하고, 당시 양지면 사람들의 삶과 수여선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들을 함께 전시하여 교육적인 효과를 높인다.

 

△송병준 별저 터 활용: 친일 잔재 청산과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연못과 정원을 복원하여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한다. 송병준 별저 터를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개조하고, 당시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아울러 연못 영화지를 잘 보존하여 아름다운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

 

△은이성지 연계: 김대건 신부의 삶과 한국 천주교 역사를 스토리텔링하여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세계적인 종교 관광지로 육성한다. 은이성지를 중심으로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청년, 김대건 길’을 활성화하고, 고초골 공소, 골배마실 성지 등 관련 유적지를 연계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2027년 가톨릭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 방문을 유치하고, 세계적인 종교 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만약 이와 같은 상상 속의 옛 양지면 모습이 복원될 수 있다면 용인시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용인 시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